[2010 강남 인사이드] '강남 스탠더드'가 한국을 바꾼다

얼리어답터 선택 못받는 비즈니스 실패
강남 2세대, 富와 소비의 주력 부상
티셔츠 한 장에 3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멀티숍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얼핏 보면 미술 갤러리 같은 가게다. 간판도 없다. 하지만 매장 측은 위치를 알리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매장 숍마스터인 김민규씨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아무리 비싸도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하면 바로 사가는 마니아들"이라며 "보다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이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강남은 압축 고도성장을 일궈낸 경제의 심장부다.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살아숨쉬는 공간답게 변화가 빠르고 사람과 기업들의 진 · 출입도 활발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보유하고 있는 증권 부동산 등의 자산 비중은 서울 전체의 40%를 넘나든다. 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 학원가는 이제 학원 수강내용과 방식을 컨설팅해주는 '전문 학원'까지 배출했다. 강남을 바라보는 비(非)강남인들의 시선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한쪽에선 사교육비와 집값 폭등의 진앙지로 지목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강남의 아파트와 교육을 선망하고 "언젠간 강남에 가리라"는 희망을 끌어안고 산다.

그랬던 강남이 이제 한 세대를 보내고 또 다른 성공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완공된 지 31년이 지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결정은 1969년 한남대교 완공-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주로 본격화된 강남개발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강남 2세들'은 과거 강남역 사거리의 뉴욕제과 대신 청담동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를 떠나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누비고 있다. 지금도 많은 돈과 비즈니스가 '강남 스탠더드'를 좇아 몰려들지만 크라제버거가 롯데리아를,편집매장이 백화점 명품 매장을 밀어내는 것처럼 강남이라는 특수한 '테스트마켓'에서 '얼리어답터(변화를 조기에 수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지난 30여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강남 진출을 시도했고 일부는 눈물과 좌절 속에 강남을 떠나가기도 했다. 비빔밥을 만들어도 요일에 맞춰 재료를 다르게 해야 하고 3평짜리 가게에서 액세서리 하나를 팔아도 해외 최신 잡지를 정기 구독해야 성공하는 곳이 강남이다. 화려한 외양만큼이나 강남의 그늘도 깊은 편이다. 강남구의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9300명.서울지역 25개 구청 중 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판자촌이나 고시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거대 도시의 새벽을 깨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2기 강남시대를 맞이해 거대 도심이 내뿜고 있는 에너지 속에 새롭게 움트고 있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변화의 양상을 짚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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