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중국서 간신히 뿌리 내렸는데…"

덩샤오핑과 악연ㆍ반일감정 이어 세번째 시련…베이징서 리콜 사과
일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1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적으로 도요타자동차를 리콜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도요다 사장은 "미국에서 문제가 된 부품은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프리우스나 렉서스 브랜드에 대해 신뢰를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자발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중국시장에서 리콜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중국에 악연이라 할 수 있는 사연을 갖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당시 중국의 최고 실력자인 덩샤오핑은 도요타에 중국에 자동차공장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도요타는 당시 "도로교통법도 없는 나라에 생산공장을 짓는 게 가당키나 하냐"며 거절했다. 덩샤오핑은 도요타로부터 냉대를 당한 뒤 독일 폭스바겐에 손을 내밀었다. 폭스바겐은 전문가들을 파견해 자동차산업 발전의 설계도를 만들어줬다. 중국 고위 공직자들이 타는 관용차가 지금까지 모조리 폭스바겐 등 유럽차 일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건은 이후 중국에 진출한 도요타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고급차의 상징인 관용차시장에 진출해야 하지만 '덩샤오핑의 의리'란 함정에 빠져 고전해야 했다. 게다가 중국사람들의 반일감정도 도요타엔 큰 부담이었다. 일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망언파동은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도요타의 한 관계자는 "만일 개혁개방 초기에 덩샤오핑과 인연을 맺었거나 중국에 반일감정이 없었다면 중국시장은 진작 도요타가 장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품질문제는 간신히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도요타에 또다시 시련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품질은 도요타"란 인식이 퍼지면서 몇 년 전부터 중국 사람들 사이에 은연중 도요타 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었다. 도요타는 작년 중국에서 70만9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최근 리콜을 선언한 라브 4모델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차종으로 부상 중이었다. 도요타가 중국시장에서 맞닥뜨린 세 번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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