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이정수, 1500m 첫 금빛 질주…메달 싹쓸이는 놓쳐

●쇼트트랙 3관왕 시동
선배 이호석·성시백 제치고 우승…세계 쇼트트랙 '이정수 시대' 예고
이정수(21 · 단국대)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3관왕 달성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정수는 지난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벌어진 대회 첫날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611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이 거둔 첫 번째 금메달이자 동계 올림픽 사상 18번째 금메달이다. '에이스 3인방' 중 이호석(24 · 고양시청)과 성시백(23 · 용인시청)은 결승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서로 부딪쳐 넘어지면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안타깝게 놓쳤다. 이정수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0년 스케이트를 처음 탔다. 그러나 당시 그가 탄 종목은 쇼트트랙이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이었다. 6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전환한 뒤 2006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낸 데 이어 이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진가를 알렸다.

2008년 본격적으로 성인무대에 뛰어든 그는 대표선발전에서 남자부 4위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또 첫 성인 국제무대인 월드컵 1차 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느덧 세계정상급 스케이터 자리에 오른 이정수는 올 시즌 대표 선발전도 2위로 통과했고,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성남시청)가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이끌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AP통신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의 맏형인 이호석과 성시백 대신 막내 이정수를 쇼트트랙 1000m,1500m,계주(5000m) 등에서 유력한 3관왕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정수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잠재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준준결승에서 2분12초380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뒤 준결승에서도 2분10초949로 다시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6바퀴를 남겨두고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선두를 다투기 시작했다. 4바퀴를 남기자 이정수가 젊은 패기로 선두로 치고 나온 뒤 조금씩 차이를 벌리며 1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단독 질주를 했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서도 역주한 끝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정수는 경기 후 "원래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여서 시작부터 선두를 잡고 경기를 이끌어 갔다"며 "전력을 기울여 힘을 쓰면 최소 동메달은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올림픽 메달은 시작이고 끝은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정수 시대'가 열렸음을 예고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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