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금융인들은 살찐 고양이"

"거액 보너스 파티하려고 구제금융 상환 서둘러"
금융감독개혁법 하원 통과
"월가 금융인들은 살찐 고양이며 월가 경영은 관리 없는 위험관리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를 연이틀 맹비난했다. 의회가 금융감독 개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도록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이다. 먼저 그는 지난 11일 미 CBS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소수의 살찐 고양이 같은 은행가들을 도우려고 대통령에 출마하지는 않았다"며 금융사들의 거액 보너스 지급 계획을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은행들이 보너스 지급 규제 등을 포함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 서둘러 구제금융 자금을 되갚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날을 세웠다. 그는 "당신들은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직후 1000만~2000만달러의 보너스를 끌어 모으고 있다"며 "당신들이 바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주례 라디오 · 인터넷 연설을 통해서도 월가의 무책임을 다시 맹폭했다. 국민 혈세인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살아난 월가가 정부의 금융감독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단기이익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한 대출과 복잡한 금융상품을 가지고 도박을 벌인 월가의 무책임에서 경제가 이제 막 헤어나오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월가의 경영은 관리 없는 위험관리였다"고 못박았다. 정부의 월가 규제가 좀 더 강력했더라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 하원은 11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금융감독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23표,반대 202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보수 및 중도파 민주당 의원 27명도 공화당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월가의) 파티는 끝났으며,이제 그런 파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 행정부가 제출한 안을 다소 수정한 하원 법안은 1930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개혁 법안이라는 평가다. 특히 하원 법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비롯한 통화정책을 의회 소속인 회계감사원(GAO)이 감사토록 했다. 금융시스템 전반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는 대형 금융사들이 무너질 경우 정부가 질서 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관련 비용도 미리 조성한다. 대형 금융사들로부터 정리비용을 거둬 1500억달러의 펀드를 만들어놓자는 것이다.

하원 법안은 아울러 금융사들이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신용카드 소비자 등에게 부문별하게 대출을 유도하거나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소비자금융보호청(CFPA)을 설립하는 방안을 담았다. 금융사들은 이 기구의 개입으로 인해 소비자들에 대한 신용이 오히려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새 기구(CFPA)는 또 하나의 관료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는 하원 법안을 상원 법안과 절충,단일안을 만든 후 최종 표결할 예정이다. 상원은 연말까지 자체 법안을 만들어 내년 초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