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개선안은 말살정책' 교장단 분노 폭발

거리집회나 법적대응 시사…학부모와 연대투쟁도 모색

"수십 년간 공격만 받다 이명박정부 들어 안심했는데…"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이화외고 강당. 전국 전ㆍ현직 사립외고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외고교장단협의회 긴급총회와 기자회견에서는 `충격', `개탄', `기막히다', `말살정책'과 같은 격한 용어들이 쏟아졌다.외고 교장들은 먼저 각 교장의 의견을 모아 작성한 3쪽 분량의 성명서를 통해 교육당국이 내놓은 외고 개선안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교육과학기술부의 특수목적고 제도 개선 연구팀이 내놓은 외고 개편 시안은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실로 충격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또 "지난 수십년 간 묵묵히 국가 동량을 육성해 온 외고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언제나 지시와 감독, 엄격한 규제다.정부는 과학고 영재들에게 주었던 관심과 경제적 지원은커녕 외국어교육 과정의 불합리성에 대한 교장들 건의에도 진지한 답변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특히 성명서와 함께 배포한 `정두언 의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서는 "(사교육 주범이라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주장", "여당의 교육정책은 획일화, 평준화 정책인가"라며 정부와 한나라당의 교육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성명서 낭독 뒤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외고 폐지 움직임을 저지하고자 거리집회나 법적 대응 등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표명했다.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외고 폐지 혹은 축소를) 정부가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이 부여한 우리의 권리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협의회장을 맡은 고양외고 강성화 교장 역시 "학부모뿐 아니라 각 교직원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제 전국학부모연합을 결성했다.기존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것이다.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학부모, 교직원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 교장은 "우리는 우리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두 카드(영어듣기 시험과 구술면접 폐지)를 꺼냈다.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측정하려면 (영어듣기 시험같은) 기본적인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외고가 수십년 동안 정부표적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과천외고 홍배식 전 교장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외고 폐지론이 나오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런대로 잘 넘어왔다.

자율과 경쟁을 모토로 하는 이명박 정부로 넘어와 `괜찮겠지'하고 생각했었다.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지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개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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