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바마 `티베트 발언'에 촉각

中 `달라이 라마 면담 계획'에 긴장

중국 정부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15일 밤 싱가포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마치고 상하이(上海)에 도착, 중국 방문일정에 돌입한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북핵과 위안화 평가절상, 중국의 군사력 강화, 통상문제, 기후변화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홍콩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 백악관이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달라이 라마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하자 긴장하고 있다.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계획에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시한 것만 봐도 중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국제적 활동과 어떤 형식과 명의로든 외국의 정치 지도자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거론한 뒤 "링컨의 노예해방과 중국이 1959년 봉건 농노제 사회였던 티베트를 해방시킨 것은 형식과 이치에서 다를 바가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대통령으로서 농노제 폐지와 노예 해방이 갖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같은 친 대변인의 발언은 이례적이고, 보기에 따라선 비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티베트 독립을 위한 캠페인' 관계자는 "선거에 의해 구성되지도 않은 독재적인 중국 정부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링컨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친 대변인의 링컨 발언에 대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미국 백악관 관리는 논평을 자제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중국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외교채널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의 현재 기류로 미뤄볼 때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측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티베트 주권발언'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SCMP는 지난 6일자에 중국의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군사적 투명성, 비핵화 및 군비감축에 대한 협조를 대가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시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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