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쉽지않은 여정"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다음주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문제를 관장하는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관해 입을 열었다.

커크 대표는 5일 워싱턴 D.C.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미재계회의가 주최한 만찬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한.미 FTA의 진행 상황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요지는 한.미 FTA가 비준되면 양국에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자동차 교역을 비롯한 몇가지 부문에서 우려할 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 열릴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FTA 비준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커크 대표의 이번 연설에는 FTA 진전을 위한 모종의 시그널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언론으로부터 비상한 주목을 끌었지만 실제 연설 내용은 미 행정부의 종전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오히려 자동차 교역부문에서 커크 대표가 한국 시장의 폐쇄성을 비교적 강한 톤으로 지적함으로써 순탄치 않은 과정을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커크 대표는 "미국 시장은 한국의 자동차에 개방돼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커크 대표의 이런 발언은 FTA의 비준 동의의 주체인 미 의회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견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한.미 두나라 재계의 대표들이 모인 공식행사에서 커크 대표가 한국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대등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미 체결된 FTA 협정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미국 행정부의 태도가 매우 확고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 측에 성의있는 노력을 촉구하는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한편으로 커크 대표의 이번 연설은 미국 측의 FTA 진전을 위한 준비가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도 드러냈다.

커크 대표는 "현재 USTR에서 한.미간 자동차 교역에 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들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을 뿐 제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앞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USTR측이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업종별단체와 주요기업들로부터 한.미FTA에 관한 업계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문제가 있다'고 운만 떼고 있을 뿐 문제를 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건강보험 개혁법안과 기후변화 대처 등에 관한 법안,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강 배치 등 오바마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에 밀려 FTA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의회의 민주당 지도부와 노조 측의 `FTA의 원안 비준'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충분히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FTA의 비준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번 커크 대표의 연설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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