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축구] 또 세계 8강…빛 보는 유소년시스템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8강에 오른 데 이어 아우들인 17세 이하(U-17) 대표팀까지 세계 4강 문턱을 노크하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간) 나이지리아 바우치에서 열린 2009 FIFA U-17 월드컵 16강에서 멕시코와 연장까지 1-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이겨 8강에 올랐다.한국이 이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것은 19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는 16개국(현재 24개국)이 참가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바로 8강 토너먼트다.

사실상 올해 대회에서 이미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셈이다.한국 축구로서는 지난달 이집트에서 막을 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에 8강에 오른 데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단지 결과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플레이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 영리한 경기운영 등 매 경기 보여주는 `리틀 태극전사'들의 질적 성장에 축구팬들의 눈은 즐겁기만 하다.

◇`속이 꽉 찬' 유소년축구 전문 지도자
U-17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름값 면에서는 전혀 화려하지 않다.하지만 한국 축구를 짊어질 유소년들을 오랫동안 묵묵히 키워온 전문 지도자들이다.

이광종 감독과 송경섭 수석코치는 모두 프로팀을 이끌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자격도 갖고 있지만 유소년 육성에 몸을 던졌다.

이광종 감독은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활동해 왔다.각급 연령대별 코치와 감독을 거치면서 벌써 10년째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 왔다.

그래서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장단점, 성향 등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U-20(U-19 포함) 대표팀 감독을 이끌었던 박성화 전 감독은 "청소년을 가르치려면 지도자 자신이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성인은 오히려 가르치기 쉽다.

하지만 청소년은 하나하나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보여주면서 가꿔나가야 한다"고 설명하고 나서 "이광종 감독은 전술 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가르친 경험이 많아 관리 능력 면에서 매우 뛰어난 지도자다"라며 `이광종호'의 앞으로의 행보에 더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광종 감독은 박성화 전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다.

이광종 감독은 선수 시절 프로축구 유공(1988∼1995년)과 수원 삼성(1996∼1998년)에서 뛰었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좋고, 영리하게 공을 찼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런 선수 때의 모습이 지도자로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U-20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주무로 일했던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 조준헌 과장은 "이광종 감독님은 용장이라기보다는 덕장, 지장에 가까우신 분이다.

훈련에서도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그것이 현 대표팀의 플레이에 잘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2002 월드컵 키즈, 유소년 시스템으로 `쑥쑥'
U-17 대표 선수들은 열 살 안쪽이었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직접 지켜보면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세대들이다.

이들은 또 한.일 월드컵을 통해 갖춰진 현대식 인프라와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본격적으로 가동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축구협회는 한.일 월드컵 이후 연령대별 대표팀 운영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유망주들을 집중 관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 준우승 멤버 23명 중 절반도 채 안 되는 10명 만이 이번 U-17 대표팀에 그대로 이름을 올렸을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프로축구 K-리그도 유소년 꿈나무들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현 U-17 대표 21명 중 `광양의 루니'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이종호(광양제찰고.전남 드래곤즈 유스)를 비롯해 손흥민(동북고.FC서울 유스) 7명이 K-리그 구단이 윤영하는 유스팀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출범시킨 고교클럽 챌린지리그를 통해 꾸준히 경기력과 경험을 쌓으며 무럭무럭 커 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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