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진화] 이란 '대장금' 시청률 90%…阿·중남미에도 한국 드라마 물결

●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한류의 위력은 '쓰나미'라고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제 한국 문화는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

중남미 코스타리카의 유력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은 드라마 '대장금'이 세계 각지에서 거둔 성과를 예로 들며 한류를 이같이 평가했다. 한류의 선봉에는 여전히 드라마가 서 있다. 이란에서는 2007년 '대장금'이 방영돼 최고 시청률 9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을 탄 드라마 '주몽'은 최근 시청률 60%를 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국영방송을 통해 '바람의 화원'이 방영됐다. 몽골에서도 '에덴의 동쪽''베토벤 바이러스''엄마가 뿔났다' 등이 방송됐으며 특히 '아내의 유혹'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만에서는 '아내의 유혹'과 '꽃보다 남자'가 현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MBC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사업팀은 "3~4년 전부터 터키,이란,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콘텐츠를 사고 있고,현재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선덕여왕'은 카자흐스탄과 터키 등에 판매됐다"고 말했다.

중남미처럼 한국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지역에는 국가 기관의 지원으로 드라마가 선보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류 기반 조성 차원에서 '한국 드라마 해외방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류가 확산되지 않은 국가의 방송국에 드라마 제공 여부를 타진한 뒤 무료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사업 결과 멕시코 등 중남미 11개국에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스페인어로 더빙돼 방영됐고 최근에는 페루 등 중남미 8개국에 '대장금'이 최근 전파를 탔거나 방송되고 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재단 측은 "이런 국가들이 처음부터 한국 문화콘텐츠를 구입하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첫 방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린 후에야 콘텐츠 구매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를 접한 국가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이집트에서 올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처음 실시된 배경에는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방영 후 높아진 한국어 학습 붐이 있었다.

가요계에서는 아시아를 넘어 음악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전략이 등장했다. 가수 보아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미국에서 싱글 및 정규 1집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미국 인기그룹 조나스 브러더스의 북미 투어에 참여하는 등 현지 활동에 나선 그룹 원더걸스는 '노바디'로 10월 셋째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 가수들은 현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해외 거점 마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베트남에 극장을 개관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과속스캔들'과 '7급 공무원' 등 한국 영화를 베트남에 직접 배급하기로 했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 영화관 1호점 CGV다닝,올해 초 2호점 CGV신좡을 연 후 다음달 말 후베이성 우한에 3호점을 열 CGV는 10년 안에 중국 내 극장 10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극장을 확보하면 현지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류를 지속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 결과 올 상반기 지상파 방송사의 수출액은 7470만6000달러로 2007년(4264만6000달러)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수출 장르별로는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수출 콘텐츠 중 95.3%가 드라마였다. 수출 단가도 드라마가 편당 2600달러로 가장 높았다. 지역 또한 일본(3360만2000달러)에 편중됐다. 타국의 견제도 넘어야 할 벽이다. 김효재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때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했지만 2007년에는 20%까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지원과 외국기업 규제정책 때문이다.

중국 언론 베이징르바오는 향후 중국에서 연예인들이 공연할 때 립싱크를 하면 최고 3000위안(약 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연 주최 측과 연예인이 2년 내에 이 규정을 다시 위반한 경우 공연허가증을 취소하게 된다. 이 조치는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한류 가수들을 겨냥한 것이다.

저작권 문제도 복병이다. 한국 드라마의 불법복제물이 암암리에 유통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기 캐릭터 '마시마로'의 경우 중국 업체의 상표권 선점으로 소송을 해야 했고,게임 '오디션'과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소위 '상표권 알박기'의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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