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지사 "내국인 '전용카지노' 개설 총력"

'주민소환' 딛고 일어선 김태환 제주지사
"시간이 너무 지체됐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시급한 도정 현안을 해결하려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지난 18일 만난 김태환 도지사(사진)는 '주민소환 발의와 부결'로 인한 후유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각종 일정을 의욕적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주민소환 발의로 20일간 정지됐던 업무 공백을 메우느라 어느 때보다 바쁜 모습이었다. 김 지사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주민소환 청구 대상이 됐던 데 대해 "주민소환도 도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외부 투자자들이 제주를 신뢰하지 않게 될까봐 걱정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 발의를 촉발시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오는 12월 착공을 앞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사업을 7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둬야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 사업은 일단 주민소환이라는 고비를 넘겼지만 현재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도의회 동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김 지사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정부가 8600억원을 지역에 투입하는 거대 사업인 데다 관광소득 등으로 제주에 매년 1000억원 이상 경제효과를 안겨줄 사업"이라며 "연내에 착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관광객전용 카지노 도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관광객전용 카지노 설립을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4단계 제도 개선안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정부와 국회 설득에 나섰다.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제주의 1차산업을 보호 · 육성할 재원을 확보하고 제주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광객전용 카지노 도입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전국의 16개 외국인 전용카지노 중 절반인 8개가 제주에 있으며,내국인 카지노 설립으로 초래될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1곳뿐이다.

중앙 정부로부터 소득세 · 법인세 등 국세의 세율을 조정하고 감면하는 권한을 넘겨받는 '국세징수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것도 김 지사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 지사는 "국제자유도시로서 도 전역 면세화 등을 이루려면 국세징수 자율권 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중앙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그는 "현직에 있으면서 너무 정치적으로 움직일 경우 제주의 미래가 걸린 사업들이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며 "우선 시급한 도정 과제들부터 해결한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제주=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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