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 "세종시 아무것도 결정안돼"

"충청여론 참작해 훌륭한 작품만들겠다"
이사 겸직의혹에 "법적 절차 미비 후회"

정운찬 국무총리는 16일 세종시 건설 계획과 관련해 "충청도 여론을 참작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충청 출신 인사 모임인 `백소회'에 참석, "지금 연구 중이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좀 더 연구해서 훌륭한 설계도를 만들고 정부, 국회, 여론, 특히 충청도 여론을 참작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충청도를 위해 `윈(win)'하고 또 `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그게) 확실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할 테니까 조금 기다려달라. 빨리 설계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또한 "평소 저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다가 인사청문회 이전에 `언론 청문회'부터 시작해 한 달간 저의 과거사에 대해 실망하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33년간 교수로 있으면서 바르고 살려고 노력하고 정직, 성실, 근면하게 살았는데 디테일(detail)에 가서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조그만 것이라도 법적 절차를 밟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현실 세계와 거리를 두고 살려고 노력했다"면서 "객관적으로 사고하고 지식인으로서 건설적인 비판을 하기 위해 기업인, 정치인, 고위관료도 안 만나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만 책에 관계된 것, 전공인 화폐 금융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일, 국제적으로 한국을 위한 일,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일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대 교수 시절 민간기관 이사 활동 의혹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는 있지만 어떤 기관과 관련된 일이라도 기관의 수익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1983년 에스콰이아 학술문화재단이 설립한 한국사회과학도서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며 "이것도 나중에는 이사로 됐는데, 학교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그런 일을 한 것이 서울대 교수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오랫동안 사회의 여러 유혹을 뿌리쳤지만 사회에 기여하는데 있어 절차상 하자가 좀 있었다면 양해해 달라"며 "기대에 못 미쳤다면 앞으로 저에 대한 생각을 바꿔 많은 기대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에는 세종시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과 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을 비롯해 한나라당 고흥길 나경원 의원, 안상수 인천시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