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역적자 더는 못참아…中이 美제품 살때"

"소비시장 역할 이젠 한계…세계경제 리밸런싱 하자"
G20 회의에서 공식 제기할 듯…윌지 "세계 경제정책 대변화"
지난 7월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첫 전략경제대화의 개막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던진 화두는 차라리 호소에 가까웠다.

"중국이 미국 제품을 소비하는 거대 시장이 돼달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똑같은 내용의 제안을 24~25일 미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이라는 타이틀의 이 제안은 이미 지난 3일 마이클 프로만 백악관 경제자문역이 G20 국가들에 회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안이 이행되면 "세계 경제정책에 '대변화(big change)'를 몰고 올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신경제질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G20 의장을 맡고 있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피츠버그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는 방안을 제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국의 세계경제 구조 개편론은 미국이 더 이상 소비시장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실컷 무역흑자를 불려온 반면 미국은 이들 국가의 수입품을 받아주느라 무역적자를 천문학적으로 키우는 불균형을 못 참겠다는 것이다. 2004년 7329억달러이던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9206억달러로 25%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에 대해서만 총 무역적자의 29%에 달하는 270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프로만 자문역은 이와 관련,"수출 주도의 국가들이 내수 확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경제는 저성장에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터이니 중국 등 대미 수출국들이 소비를 더 해 균형을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불균형(imbalance)'을 '해소해야(rebalancing)' 세계경제는 파이가 커지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은 특히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의 의결권을 높여달라는 중국의 주장을 미국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유인책이다.

미국이 불균형 해소에 나선 것은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 초 로널드 레이건,아버지 부시,빌 클린턴 정부는 당시 일본을 상대로 '리밸런싱'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일본이 장기 불황으로 접어든 탓이었다. 2006년에는 IMF의 중재로 미국,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일본,중국,사우디아라비아가 관련 대화를 한 적이 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미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새로운 개편 틀을 각국이 11월까지 출범시키고,IMF가 6개월마다 평가해 정책권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11월은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시 회동하는 시점이다.

관건은 리밸런싱 이행을 위해 규정을 어떻게 만들고,특정 국가가 규정을 어겼을 때 어떤 벌칙을 가할지를 합의하느냐다.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자고 말로만 떠들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각국의 이기주의가 좋은 예다. 2006년에도 리밸런싱 방안까지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못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 때 재무부 관료를 지낸 티모시 애덤스는 "이행력이 항상 문제"라면서 "1년을 더 기다리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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