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카다피, 텐트 또 못친다

펜암기 폭파범 환대에 美 분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미국에 숙소용 텐트를 치려는 계획을 철회했다.

AP통신은 미 국무부 발표를 인용해 다음 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카다피가 뉴저지주 잉글우드에 있는 리비아 대사관 소유지에 천막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대신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 머무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장소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베두인족 전통에 따라 외국 방문시 천막을 설치해 숙소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도 빌라도리아 팜필리 공원에 텐트를 치고 숙소로 사용했다.

카다피는 뉴욕 센트럴 파크에 천막을 치려다 뉴욕시 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잉글우드에 있는 리비아 대사관 저택으로 설치 장소를 바꿨다. 하지만 1988년 팬암 항공기 폭파사건 희생자 유족 일부가 살고 있는 잉글우드 주민들은 카다피가 이곳에 머무는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20일 영국 정부가 석방한 팬암 항공기 폭파범 압둘 바셋 알메그라히를 카다피가 영웅 대접하며 성대한 환영 행사를 벌인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사망자 180명 가운데 160명이 미국인이었다.

한편 카다피는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40주년이 되는 다음 달 1일 대대적인 '혁명기념' 행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서방 각국은 팬암기 폭파범 환영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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