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궤도진입 실패] 궤도 36km 이탈…"위성 보호덮개 한쪽 분리 안됐을 수도"

나로호 '절반의 성공'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 및 1,2단 분리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함에 따라 그 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한 · 러 공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로켓과 궤도가 접점으로 만나야 성공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궤도 진입시 나로호의 추력,속도,자세,각도 가운데 한 요소가 당초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구궤도가 원이라면 로켓이 발사된 후 원하는 위성궤도에 도달하는 순간 정확하게 원과 접점을 이루면서(각도가 0이 되도록)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위성2호는 진입 순간 각도가 목표 궤도인 306㎞ 상공에서 접점을 이뤄야 최저 300㎞ 최고 1500㎞의 타원궤도를 계속 돌도록 설계됐다.

러시아 연구원들은 현재 1단 발사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만약 러시아 측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단 발사체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발사 실패의 원인으로는 2단 킥모터가 제대로 점화되지 못한 경우,전자제어장치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당초 발사 3분35초 뒤 정상적으로 분리됐던 것으로 발표된 위성보호덮개 페어링의 한쪽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이유로 △로켓 추력의 예기치 못한 변화 △1,2단 로켓의 분리문제 △로켓 내 부품 이상 등도 거론된다. 이창진 한국과학재단 국책연구본부 우주단장(건국대 교수)은 "위성이 궤도에 던져질 때 각도가 0.01도만 빗나가도 잘못된 궤도를 돌게 된다"며 "과학기술위성2호는 지구를 중심으로 우리가 모르는 궤도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위성의 위치를 추적한 뒤 교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나로호 2단과 위성은 예정보다 36㎞ 높은 342㎞ 상공에서 분리됐다.

따라서 위성의 궤도 진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면밀히 분석,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발사 성공의 관건인 셈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 우주미아 되나문제는 과학기술위성2호의 새로운 궤도를 찾아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성과 발사체의 위치,속도,자세 등 기본적인 정보를 보내는 텔레메트리 신호를 놓쳤기 때문이다. 텔레메트리 신호를 받을 수 없다면 현재 위성의 궤도와 위치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해 언제 지상 관제센터와 교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남은 희망은 마지막으로 위성이 보낸 텔레메트리 정보를 분석해 현재 위성의 궤도를 역추적하는 것.이 단장은 "만약 위성의 궤도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위성을 우리의 통제 하에 놓을 수 있다"며 "관제가 된다면 발사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과학기술위성2호의 궤도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이상 NORAD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절반의 성공우주항공 전문가들은 관심이 집중됐던 발사체 실험 자체는 사실상 성공한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나로호 발사의 최대 목표는 로켓 작동 여부로 이번 발사를 부분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실패라기보다는 실수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학자들은 실험에 성공하면 조금 배우지만 실패를 하면 더 많이 배운다. 위성이 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궤도를 돌면서 실험할 수 있다. 조금 다른 궤도를 돌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발표대로라면 위성이 40㎞정도 궤도에서 빗나간 것인데 자체 추진체가 있는 실용위성과는 달리 과학기술위성2호는 추진체가 없어 스스로 궤도를 수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향후 나로호 발사 일정은

앞으로 세부적인 실패 원인분석이 이루어진 이후에 재발사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인분석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 2006년 러시아와 체결한 우주기술보호협정(TSA)에 따라 실패시에도 우리나라는 1단 발사체 오류분석 작업 등에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러시아측이 이번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우리측에 통보한 뒤 추후 일정을 조율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발사 직후 내년 5월 2차 발사를 시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일정이 지켜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똑같은 모델의 우주발사체를 두번 발사하기로 계약하면서 이 가운데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1기를 더 쏘아올리기로 했다. 1기를 더 쏘아올릴지의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원인 조사에서 귀책사유가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발사체에 있는지,우리가 독자 개발한 2단 발사체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기자 kn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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