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진흙 범벅돼도 랭글러는 영원한 '애마'

출장길에 지방도로를 달릴 때 간혹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짚(Jeep) 행렬을 본 일이 있다. 바퀴는 말할 것도 없고 차창까지 진흙 범벅을 한 채 위용을 뽐내는 자동차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디를 다녀 왔기에… 아마도 내 차로는 도저히 가기 힘든 곳을 갔으리라.'이런 부러움말이다.

여명호(회사원 · 42),김연화(주부 · 37),최윤나(프리랜서 · 37)씨는 주말이면 자신의 '애마'인 짚 랭글러로 길 아닌 곳을 누비는 이들이다. 프리첼의 동호회 '최강 랭글러'에서 출발,'TSK'라는 소그룹을 만들었다. 지금은 회원 10명이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TSK엔 '험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만큼 회원 각자가 스릴과 모험을 즐긴다. 이들에게 짚의 매력은 무엇일까. 경력 5년차로 편안한 세단을 몰다 짚 마니아로 변신한 여명호씨는 "코스 진입하기 전의 짜릿한 긴장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차가 뒤집힐 것 같은 두려움마저 주는 급경사를 오를 때나,바위 더미 위를 징검다리 건너듯 다닐 때,한쪽 바퀴가 다 들릴 정도로 기울어진 채 운전하는 묘미는 안 해 본 사람은 절대 모른단다.

내친김에 일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오프로드를 만났을 때의 드라이브 요령을 물었다. 갤러퍼를 오래 몰다 최근에 짚으로 바꾼 지 1년째인 최윤나씨는 "우선 자신의 차량 성능을 맹신하는 일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4륜 구동 차량이라도 바위에 잘못 걸리면 2t에 육박하는 덩치를 엔진 힘만으로 나와야 해요.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그래서 오프로드를 갈 땐 반드시 2대 이상의 차량이 견인바 같은 기본적인 구난 장비를 갖고 가야 합니다. "

팀장격으로 경력(7년차)이 가장 오래된 김연화씨는 '요령'을 좀 더 자세하게 알려줬다. 예컨대 "비포장 언덕길을 오를 땐 과도하게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선 안 된다"는 것.오히려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해져 바퀴가 헛돌기 때문이란다. 그보다는 "분당엔진회전수(rpm)를 3000 정도까지 끌어올린 다음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짚 마니아들이 가장 불편한 것은 주변의 삐딱한 시선이다. 인터뷰가 나가면 '너희들이 자연 다 망친다'며 안티팬들이 댓글을 올릴 것이라며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김연화씨는 "매일 자연과 함께하는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각별할 것"이라며 항변하듯 말했다. 까다로운 법규도 마니아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오프로드엔 '짚 랭글러'가 최강일까. 여명호씨는 "SUV마다 각자 특징이 있다"며 "산악지형과 한국의 골목골목을 누비기엔 짚 만한 차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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