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하계휴가지 선택놓고 뒷말 무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급휴양지인 마서즈 빈야드 섬으로 첫 하계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건강보험 개혁을 둘러싼 진보.보수진영간 갈등이 심상치 않은데다 대외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황도 좋지 않은 마당에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계열의 엘리트층이 휴가시즌에 몰려드는 것으로 유명한 마서즈 빈야드에서 한가하게 1주일간의 휴가를 즐긴다는 사실이 보수진영에게는 곱지 않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매사추세츠주의 유명 관광지인 케이프 코드 인근의 섬인 마서즈 빈야드에는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음반제작사 대표인 실비아 론, 하버드 법대교수인 찰스 오글트리 등 흑인 저명인사들이 저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철이면 이곳에 엘리트 흑인 명사들이 집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3일 전했다.

이 섬 인근의 하이어니스에는 민주당의 정치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대저택이 위치하고 있으며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다.

오바마가 휴가를 즐기는 곳은 마서즈 빈야드 내에 있는 3만4천평 규모의 초대형 별장으로 1주일 임대비용이 5만달러에 달한다.미 대통령에 관한 역사연구가인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미국 최상류층의 하계휴가지를 골랐다는 것은 위험스럽다"면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면 위스콘신이나 오하이오 등과 같이 중산층의 눈높이에 맞춘 곳을 휴가지로 택하는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진보진영의 유권자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연안의 섬을 휴가지로 택한 것은 (오바마 진영이)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논쟁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모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계열의 단체인 `부모들의 권리를 위한 보수주의자의 모임'은 오바마의 마서즈 빈야드 휴가를 조롱하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 논란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이 단체는 이 광고에서 "마서즈 빈야드의 해변은 이 시즌에는 멋진 곳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는 동안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염려는 계속 고조될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대통령이 부디 워싱턴으로 돌아올 때는 정부가 건강보험 운영을 주도하려는 계획을 단념하고 오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범위내에서 가족과 휴가를 즐기는 것에 대해 미국민이 질시를 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휴가기간에 공식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주요 의회의원들과는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중에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의 거처를 방문하거나, 흑인 저명인사들의 별장을 찾는 일정은 일절 삼가기로 했다는 후문이다.정치분석가인 드류 웨스턴은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통해 가족과 휴식을 취하는 한편으로 산적한 현안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를 자문해야 할 것"이라면서 휴가에서 돌아올 때는 건강보험 개혁문제와 온실가스 배출규제 법안, 아프간 병력 증강문제 등에 관해 답을 갖고 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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