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더욱 가까워진 12억 인도시장

비폭력 반영(反英)불복종운동을 펼친 간디,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우주와 자아의 진리를 깨친 석가모니 등 인도는 우리에게 정치,문화,종교적인 측면에서 잘 알려진 나라다. 그런 인도가 2000년대 들어 브릭스(BRICs) 국가 중 하나로서 경제적으로도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은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11억을 상회하는 인구(세계 2위) 등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이제 이러한 인도경제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지난 7일 우리나라와 인도는 양국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공식서명해 더욱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할 토대를 마련했다. 2003년 처음으로 40억달러를 넘어선 한국과 인도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150억달러를 넘어 급증하고있다. 또한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인도시장을 선점한 결과,분야별 시장점유율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현재 위치는 인도의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해외 투자유치 전략과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인도시장 진출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와 인도의 FTA 체결은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국제무역질서에 있어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나라다. 중국의 대외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공에 자극을 받은 인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국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으나,아직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 및 무역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 사실 인도와의 FTA 양허수준을 분석해 볼 때,우리가 이미 체결한 칠레,싱가포르,EFTA,ASEAN 등과의 FTA에 비해 양허수준이 낮다. 무역량을 기준으로 인도는 우리 수출품의 85%에 대해서만 관세철폐 또는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인도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폐쇄적인 인도시장에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한 발 더 빨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의 대인도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철강,기계,화학,전자제품은 관세철폐 및 감축대상이어서 인도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 인도 FTA가 지니는 또 다른 의미는 브릭스 국가와의 첫 FTA라는 점이다. 인도경제는 최근 연 8%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중국,일본 다음으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시장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FTA 협상중인 일본,EU 등 경쟁국에 앞서 우리가 먼저 FTA를 체결했다는 것은 시장선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시장구조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적었던 인도경제와 FTA를 체결하게 됨으로써 경기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의 서비스시장개방 역시 우리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데,유통서비스,금융업 등이 진출유망업종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도의 소매유통시장은 최근 5년간 연 1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중이며 우리의 유통서비스는 월마트,까르푸 등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에 비해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매우 유망해 보인다.

사실 그동안 국내 무역구조는 중국,미국,일본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무역구조는 경기순환,경제협력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나 EU와의 타결에 이어 인도와의 FTA가 체결됨으로써 우리 경제는 보다 다각적인 무역구조를 지닐 수 있고,한국이 FTA 허브가 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향후 국가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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