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자대화"…美 "6자틀 내에서만"

대화 방식부터 이견..난항 예고 기싸움

북한이 일련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고 북.미간의 양자대화를 제의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6자회담을 벗어난 양자대화는 안된다며 이를 사실상 거부, 북.미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미국은 27일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양자대화 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과) 양자대화는 열려 있지만 이는 6자회담과 다자회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정책을 우리는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고 6자회담 고수 입장을 확인했다.

북한이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북한 외무성이 전날 6자회담 불참 입장을 거듭 밝히며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 방식은 따로 있다"며 북.미간 직접 대화를 사실상 주장한데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이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AFP통신에 "북한의 담화는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비핵화 회담을 재개하라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fails to meet)"고 말했다.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볼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양자대화 요구는 사실상 거부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동시에 대화를 제의하는 북한에 대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다시 이행하는 것을 사실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9.19 합의를 어기고 재개한 핵활동을 다시 멈추고 불능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추가적인 보상은 물론 대화 자체도 쉽지 않다는 의미로 분석된다.이와 관련,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구체적 조치들을 취한다면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6자회담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6자회담이 왜 영원히 종말을 고하게 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히고자 한다"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6자회담 불참 배경을 일일이 열거했다.북.미 양측이 이처럼 대화 형식부터 큰 차이를 보이면서 장기간 공전중인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재개된다면 언제 될지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다만 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점은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또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에 마냥 버티고만 있는 것도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북.미 양측이 서로간에 명분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어떤 형태로든 대화라는 화두를 들고나왔다는 점이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도 있다.

이 과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역할도 주목된다.

중국이 북한의 대화 재개 제의만으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려 한다면, 또 북한의 대화 제의에 형식의 구애없이 미국이 응할 것을 요구한다면 미국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워싱턴 소식통은 "지금까지는 위기를 끌어올린 뒤 대화를 제의하는 북한의 전략이 성공을 거둔 적이 많지만, 원칙을 중요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신중히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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