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생상품 평가이익도 충당금 쌓는다

신한등 금감원 권고 수용
시중은행들이 재무상태가 우량한 기업과 거래한 파생상품 평가이익에 대해서도 2분기 결산 때부터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6일 "금융감독원이 종합검사 때 권고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2분기 결산시 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 판정을 받은 기업들과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평가이익 약 1조원에 대해 0.85%의 적립비율을 적용해 1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적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2분기 결산 때부터 정상기업의 파생상품 평가이익에 대해 충당금을 쌓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도 자산의 0.5%였던 충당금 적립비율을 0.8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분기 결산에서 은행별로 50억원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추가로 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자체 기준을 마련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회계규정상 확정되지 않은 평가이익에 충당금을 쌓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내심 반발하고 있다. 여신이 아닌 파생상품에 충당금을 쌓으라는 것은 회사채나 주식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이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갚지 못한다면 은행의 평가이익은 실현되지 못한다"며 "외국계 은행들도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도 외국계 은행 수준으로 쌓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재/김현석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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