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전격 사퇴] 충격에 빠진 검찰…총장-차장 '동시공백' 사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존립 기반으로 하는 검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천 후보자의 선배 또는 동기들이 모두 용퇴한 상태에서 천 내정자마저 중도 하차해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왜 전격 사퇴했나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14일 자진 사퇴한 것은 결국 허술한 자기관리와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천 후보자는 특히 검찰 내부에서조차 청문회 내용에 대해 실망감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총장에 임명되더라도 2년간의 임기 동안 부정부패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8억여원짜리 서울 강남 신사동 고급 아파트,금전적 스폰서로 알려진 기업가 박모씨와의 동반 골프여행,부인의 명품 쇼핑 등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각종 의혹은 천 후보자가 총장에 임명되더라도 정상적 직무수행을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까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던 천 후보자가 오후 늦게 전격 사퇴한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경악' 속 신뢰 회복 걱정

검찰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청문회에서 도덕성 관련 문제가 제기됐지만 설마 낙마하겠느냐는 게 검찰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천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 "청와대에 큰 부담을 줘버렸다. 임명권자에게 크게 사고를 친 것"이라며 "330여억원 출연 등을 통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적 행보도 이번 건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부장검사급 간부는 "해명이 명쾌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결정적 결격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청문회를 보고 전국 일선 검사들이 실망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총장 후보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상황에서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상태

검찰은 당분간 수뇌부 공백상태가 불가피해졌다. 문성우 대검찰청 차장도 이날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다. 천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도 모두 용퇴한 상태다.

현재 검찰 서열상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을 대행하고는 있지만 졸지에 '어른이 없는 조직'이 되면서 검찰조직에 적지 않은 균열과 충격이 예상된다. 이처럼 검찰 조직이 흔들리면서 향후 조직 추스르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일선 검사는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국민적 신뢰를 잃을까 두렵다. 앞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검찰의 권위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이날 밤 전국의 검사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각 검찰청의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검찰 본연의 임무수행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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