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못떨친 美쇠고기…반값 덤핑·逆수출

수입업체 100여社 난립…판매부진에 줄도산 위기
소비자들 "TV서 본 '주저앉은 소' 떠올라…" 외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수입량이 호주산 쇠고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데다 일부 업체들은 판매 부진 타개책으로 대형 도매업체에 싸게 넘기거나 해외로 덤핑 역수출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못 견디는 업체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밑지고 넘겨도 사줄 곳이 없다현재 미국산 LA갈비(초이스 등급)의 ㎏당 도매가격은 9000원이다. 하지만 중소 수입업체들은 대형 업체들에 시세를 2000원 밑도는 7000원을 받고 넘기고 있다. 대형 마트 외에는 별다른 유통망이 없는 데다 대형 마트 판매도 부진해 넘쳐나는 재고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A수입업체 B대표는 "올초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는 도매가가 ㎏당 1만4000원 정도이지만 1만원에 넘겼다"며 "보통 수입가격의 60~70%에 손해 보고 파는 꼴이고 이것도 여의치 못해 해외로 덤핑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쇠고기 유통기한이 2년이어서 수입한 지 19~20개월이 지난 2007년 수입분은 처분에 급급한 나머지 러시아,중국,동남아 등지로 수입가격의 40~50%에 넘긴다는 것.

때문에 수입량은 연초 대비 3분의 1로 급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 2월 6066t에서 지난달 1945t에 그쳤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량 역시 지난 1월 335t에서 지난달 103t으로 급감,가격이 비싼 한우(104t)보다도 적었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12월엔 판매량이 미국산 416t,호주산 405t으로 비슷했지만 지난달에는 호주산(640t)이 미국산(210t)보다 3배가량 많이 팔렸다. ◆수입업체 30~40곳 부도 위기

이 같은 위기는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너도나도 수입 사업에 뛰어들어 공급 과잉을 빚었기 때문.박창규 에이미트 회장은 "2003년 한 해 20만t을 판 것만 생각하고 지난해 수입이 재개될 때 다들 '미국산 쇠고기 들여오면 큰돈을 번다'는 착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입업체는 종전 60~70개였으나 중 · 소형 건설 · 전자업체들까지 수입 사업에 뛰어들어 100여개사로 늘어났다. 이 중 30~40개사는 현재 매출 부진으로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환율이 높을 때 들여온 재고가 4만5000t에 달해 환율 하락의 효과가 없다. 지난달 26일 국내 최대 육류 수입업체인 필봉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최종 부도 난 데 이어 미트코리아닷컴도 이달 말 부도 처리될 예정이다. 미트코리아닷컴은 김태열 한국수입육협회 회장이 운영하는 업체다. 국내 5대 수입업체의 하나인 코스카가 올초 문을 닫았고 미트마트인터내셔널,월드미트,CS푸드 등도 연이어 폐업했다. 이 밖에 농축산물공급센타(KRSC)와 한냉 등도 감원,시설 매각 등 규모를 줄이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외면은 낙인효과 탓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낙인 효과(labeling effect)'라는 지적이다. 수입 재개 전부터 수입 반대 세력이 '미국산=광우병'이란 인식을 집요하게 심은 결과라는 얘기다. 주부 김유진씨(35)는 "미국산 쇠고기가 검역을 거쳐 판매되는 것은 알지만 왠지 미국산만 생각하면 광우병 파동 때 TV에서 봤던 '다우너'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반면 호주산은 '청정우'라는 이미지를 심고 미국산과 비슷한 가격이면서 육질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선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진석/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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