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차에 국산 와이퍼 장착된다

캐프, 연 5만개 20억원 규모 공급계약
국산 자동차용 와이퍼시스템이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된다.

자동차 와이퍼 생산기업인 캐프그룹(대표 고병헌)은 러시아 최대 기업인 돈인베스트(DI) 그룹 계열 자동차회사인 타가즈와 모터 및 와이퍼를 포함한 와이퍼시스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달부터 납품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공급물량은 연간 5만개 수준으로 약 20억원어치다. 이 와이퍼시스템은 타가즈가 생산을 시작한 중형 세단 C-100에 장착되고 있다. 이 자동차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모델이며 국민차로 불린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독일 보쉬,일본 덴소 등 유명 외국계 부품기업과의 경쟁에서 수주를 따냈다"며 "점차 커지고 있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출은 지금까지 와이퍼 등 단품으로 해외에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처음으로 모터 등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를 공급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캐프는 모터까지 갖춘 와이퍼시스템을 국내에선 르노삼성에만 납품해왔다.

캐프는 또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의 SUV 차량인 티구안(Tiguan)의 내년도 신모델에 자동차용 와이퍼시스템 공급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폭스바겐으로부터 까다로운 제품 성능 시험과 공장 심사를 모두 통과했다"며 "신차에 적용을 위한 마무리 협상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내년 8월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자동차 와이퍼를 주로 생산,제품의 약 80%를 해외 30여개국 100여개 자동차회사 및 부품 유통점 등에 공급해 오고 있다. 국내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과 삼성 애니카,기아 오토Q,금호타이어,GS 넥스테이션 등 자동차 관련 용품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해외는 크라이슬러 GM 폭스바겐 오펠 혼다 마쓰다 닛산 등 자동차회사 및 자동차 용품점인 미국 월마트와 오토존,일본 AMS UNT,유럽의 뷔르트(WURTH) 램파(LAMPA) 호스(HORS),아시아의 3M ACDelco 등에 납품하고 있다. 캐프는 독일 보쉬,프랑스 발레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플랫 와이퍼(일체형 와이퍼)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플랫 와이퍼는 프레임이 없어 닦일 때 누르는 힘이 균일하게 전달돼 줄무늬 현상이 생기지 않으며 겨울철 날씨에도 유리창 닦임 성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고급 자동차에 장착되며 일반 차량에 쓰이는 와이퍼보다 가격이 3~4배 비싸다. 캐프는 미국에서 플랫 와이퍼 시장점유율 1위이며 세계 와이퍼시장에서는 4위이다.

캐프는 경북 상주공장 옆에 모터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에너랜드코퍼레이션과 최근 양해각서를 맺고 향후 모터를 독점 공급받기로 했다. 1995년 설립된 캐프그룹은 자동차용 와이퍼시스템 개발 · 제조회사로 지난해 7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측은 올해 해외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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