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窓] 허울뿐인 '건설선진화'

'건설'이란 말은 원래 아주 긍정적인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인지 '건설'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부실시공,비자금 등이 연상돼 그런 것 같다. 최근 건설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기치를 들고,건설산업 기본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반가운 일이고,바람직한 일이다.

'건설업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대형업체인 종합건설업과 중소업체인 전문건설업이 있다. 전자는 기술과 자본을 토대로 원청공사를 하는 업체며,후자는 하청받은 공사를 기능인을 고용해 현장시공하는 업체다. 작년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겸업금지를 없앴고,이번에는 누구든지 원청이나 하청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종합건설업체가 하청을 받을 수도 있고 전문건설업체가 원청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건설업은 원청업체가 모든 공사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력을 갖고 있기 어려우므로 하청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업종이다. 국제적 기준은 발주처-원도급-하도급으로 돼 있고,건설업이 도급업이므로 원청을 받은 자가 하청을 줄 때는 발주처의 승낙 하에 하청을 주도록 하는 것이 일반화된 제도이자 관행으로 돼 있다.

하청을 주는 방식을 어떻게 정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발주처-종합(원청)-전문(하청)일까. 아니면,발주처-종합(원청)-종합(하청)-전문(재하청)일까. 국토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후자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종합건설업체끼리의 하도급을 이렇게 늘려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하도급 부조리만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또 개정안은 종합은 하청,재하청을 마음대로 줄 수 있고,전문은 하청이나 재하청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도개선은 이론적으로 합리적이며,실천 가능한 현실성있는 대안이 되고,현실에 적용했을 때 당초 의도대로 효과가 나와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방안이다. 경쟁을 통해 전문화를 촉진해야 함에도 도급구조를 다단계화해,소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 낭비가 계속되도록 한 현실성 없는 제도개편이 어찌 선진화인지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명목상의 경쟁촉진이 아니라,경쟁의 결과가 더 합리화돼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시켜 나가길 바란다.

조우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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