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식 안일" vs "이제 끝내야"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엄중 경고 및 유감 표명을 한데 대해 일선 판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젊은 판사들은 대체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결정과 같은 수준의 조치가 취해진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부산의 한 판사는 "소장판사들은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며 "신 대법관이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다면 정면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부장판사급에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고위 법관은 "젊은 판사들이 소신으로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부장판사는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대법원장이 입장을 냈다면 그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 아닌가 생각하는 판사도 많다"고 전했다.그는 또 "대법원장 결정을 놓고 다시 논쟁이 이뤄지면 과연 젊은 판사들이 생각하는 사법권 독립과 국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도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 내부전산망에는 윤리위 결정 이후 처음 판사들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돼 내부 갈등으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정진경(46ㆍ사법연수원 17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징계로는 정직도 힘들 사안을 갖고 대법관을 사퇴시킨다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 보장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며 "법관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소장파의 움직임을 비판했다.반면 한 재경 법원 판사는 "만약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법원장이 있었더라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겠느냐. 다른 법관을 물러나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판사들은 의견표명도 할 수 없는 것인지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setuzi@yna.co.krsewonlee@yna.co.kr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