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공기업] 건강보험공단‥고질적 인사 관행 타파, 직원들도 혁신 적극 동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 인근 식당들은 요즘 작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주 5일 근무로 토요일에는 점심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작년 말부터 '토요일 조찬토론회'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마다 200여명의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 효율화 방안 등을 토론하고 있다. 토론회 준비를 위해 모이는 직원들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도 인근 식당가 손님들이 적지않게 늘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처럼 '토요일 조찬토론회' 등으로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경영혁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본부의 유사 및 중복 업무를 기능별로 통합하는 등의 조직개편이다. 지난 3월1일부로 본부 조직을 20실76부에서 18실58부로 2실18부를 축소했다. 특1급 제도를 폐지해 6개 지역본부장이 직급을 1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전보인사도 단행했다. 그동안 근절되지 않았던 계파인사나 정실인사를 과감히 타파해 부서별 특성과 전문성,개인의 능력 등을 고려한 혁신적 인사를 한 것.본부 1,2급 간부 74명 중 76%인 56명을 교체해 현장 경험과 능력이 있는 젊은 간부들을 대거 발탁했다. 수도권에 있던 간부직원 99명을 지방으로 전보시켜 수도권과 지방의 인력불균형도 해소했다. 또 지난 3월부터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해 '일자리 나누기 기금' 60억원을 조성키로 했다. 오는 8월 정도면 기금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으로 이미 채용한 341명 외에 청년인턴 15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 같은 혁신을 노조와도 잘 상의해서 추진해 '신노사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수가 · 약가협상이나 의료급여 관리 등의 업무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업무 효율화를 통해 1997년 말 1만5653명이던 직원을 2008년 말 기준 1만1223명으로 28%가량 감축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업무에 인력 1460명을 전환 배치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감축 폭은 더 크다. 오는 2012년까지 343명을 추가로 줄여 정부의 경영효율화 방침에 동참할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향후 과제로 취약계층과 중증질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가난한 서민들과 중증질환에 걸린 국민들이 돈 걱정 없이 제때 병원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지속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보장률은 2004년 61.3%에서 2007년 64.6%까지 증가했다. 특히 암환자 보장률은 2004년 49.6%에서 2007년 71.5%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전체 보장률은 아직 선진국 수준의 보장률(80%)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건강보험공단은 또 의료쇼핑이나 과다 · 중복 의료이용자의 부적절한 의료이용행태 개선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제대로 된 '위상 찾기'에도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로부터 보험료를 거둬들인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구하는 대로 요양 기관에 돈을 대는 기계적인 역할만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의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비용 심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자체 평가하는 등 국민의 대리인인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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