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靑은 조율역…나서선 안돼"

이명박정부가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휴먼뉴딜(Human New Deal)'이 교육정책 혼선으로 초반부터 마찰음을 내고 있다.

휴먼뉴딜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을 놓고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알력이 불거지면서 `첫단추'부터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시기를 둘러싼 정부 외교.안보라인 `엇박자'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정책까지 혼선을 빚자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와대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곳"이라면서 "위원회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은 좋지만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내놔서 정부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잇단 언론인터뷰를 통해 `학원 심야교습 금지' `외고 입시제도 개편' 등을 언급해 파문이 일자 안병만 교육부 장관이 즉각 부인하는 등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꾸짖음으로 해석됐다.이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나 결국 청와대와 해당부처 간 혼선을 시인하면서 사태를 표면화시킨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곧바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에게 곽 위원장을 직접 만나 조율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직속 위원회와 부처 간의 다툼을 청와대 수석이 조율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셈"이라면서 "특히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교육정책을 놓고 정부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책신뢰도를 스스로 낮추는 꼴"이라고 비판했다.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미래기획위원회가 30일 오전 교육부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불러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장관들이 모두 불참한 것으로 전해져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외견상 곽 위원장에게 자제를 요구하면서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사교육비 절감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교육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그러나 조용한 참모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직속 기구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의 정책조율 기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측근이라고 불리는 곽 위원장이 돌출행동을 보임으로써 대통령의 권위가 손상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