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현대百 '적과의 동침'…패션브랜드 공동개발 나선다

실속상품 발굴ㆍ유통망 확보 '윈윈'
경쟁 관계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공동으로 패션 브랜드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양사는 오는 9월부터 기존 행사상품보다 저렴하고 차별화된 여성 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동안 백화점들이 경쟁사의 직수입 브랜드(쥬시꾸띄르 · 훌라 등)를 교차 입점시킨 적은 있지만 브랜드 공동개발은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는 백화점 2위인 현대가 1위 롯데 측에 공동개발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현대백화점은 단독 수입 브랜드 외에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위해 아예 백화점 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의류 브랜드가 시장성을 갖기 위해선 매장을 30개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점포가 11개뿐인 현대로선 독자 유통망 확보에 역부족이라고 판단,25개 점포의 롯데 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롯데백화점도 불황 속에서 저렴하고 실속 있는 상품 발굴에 고민하던 터라 흔쾌히 수락했다. 두 백화점은 이를 위해 오는 30일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에서 샘플상품 품평회를 연다. 현대백화점 여성캐주얼팀과 롯데백화점 GF(글로벌패션)사업부,디자인 · 생산을 담당할 패션업체 아이디룩의 '마쥬' 등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아직 구체적인 브랜드명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9월부터 모피 소재의 롱베스트(조끼) · 머플러,가죽 라이더 재킷 · 롱니트 카디건 · 원피스 · 재킷 · 팬츠 등을 두 백화점 매장에서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 잠실점 · 영등포점 · 노원점 등에서,현대백화점은 스타일429 · 데님바 · 트렌드H 등 편집매장과 특설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기존 백화점 행사상품보다 30~40% 저렴한 수준으로,팬츠 · 재킷류 5만원대,원피스 · 카디건류 6만~7만원대,가죽 · 모피 상품 20만원대로 잠정 결정했다.

양사는 우선 올해 공동 브랜드를 시험판매하고 트렌드,고객 반응,매출 등을 분석해 내년부터 해외 생산과 브랜드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태원 현대백화점 여성캐주얼 바이어는 "공동판매를 통해 물량이 늘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기존 행사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며 "이번 기획은 글로벌 소싱과 ODM(제조사 디자인 생산) 방식을 통해 운영되므로 중소 의류제조업체와도 윈-윈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롯데백화점 GF사업부 과장도 "백화점 패션 브랜드의 80%가 중복 입점해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마다 기존 임대방식에서 벗어나 직소싱을 통한 상품 구성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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