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외국인 투자이익, 수탈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도 수익을 거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번 돈을 모국으로 반출하는데 그 금액이 크면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2003년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대주주 '론스타'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이익을 거두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외국인투자는 무엇일까?우리 경제에 약일까?아니면 독일까?투자주체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이윤을 겨냥한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 부가가치에서 이윤이 점유하는 비율은 평균 5~10%이고 아무리 큰 경우에도 보통 20% 이내이다.

즉 외국인투자가 벌어가는 돈은 그 투자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5~10% 정도이고 많아야 20%인 것이다. 이윤을 제외한 나머지 80~95%는 임금과 임대료 등으로 모두 국내에 남는다. 외국인이 투자하면 그 성과의 20%를 가져가고 80%는 국내에 남는 것이다. 국내에 남는 80은 보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20만을 아까워한다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힘들다.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투자가 늘어나도 고용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다. 정보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기 때문에 과거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예컨대 7명이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므로 정보화 투자는 고용을 10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투자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일자리를 늘리려면 더욱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다. 7명이 일하는 기업을 하나 더 유치하면 14명을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정보화 시대의 보편적 현상인 만큼 세계 각국은 모두 이와 같은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제도와 환경을 친기업적으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앞서가고 뒤처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모든 나라가 투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금여력이 제한돼 있는 국내투자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외국인투자 유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제 자본이동이 어렵던 과거에는 수출경쟁이 국제경쟁의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투자유치경쟁이 경제의 사활을 결정하는 시대로 되어간다. 시대가 이렇게 변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외국인투자에 대해 무척이나 적대적이다. 외환은행은 2007년에 95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론스타'에 23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언론은 '론스타'가 고액배당을 "챙겼다"고 보도한다.

그런데 '론스타'가 경영한 외환은행은 다른 주주들의 배당과 은행 직원들의 월급도 줬다. 물론 '론스타'는 투자금의 2배 가까운 이익을 챙겼다. 그런데 제조업이었다면 국내에 투자금의 8배 가까운 부가가치를 남겼을 것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외국인투자는 내국인을 고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 가운데 일부를 가져가는 윈윈게임이지 결코 일방적 수탈행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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