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6자회담… 와해될까

北 "6자회담 불참"… 엄포용 아닐 수도
미.중 노력따라 6자회담 재개 가능성 여전

지난 2003년 8월 출범해 5년7개월여간 지속돼 온 북핵 6자회담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 거부를 단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1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어떤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이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6자회담 불참'을 못박은 적은 없었다.북.미가 첨예하게 맞서던 2005년 2월에도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는 정도였다.

정부 당국자들도 6자회담이 큰 도전에 직면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그대로 지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을 의례적인 엄포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북한이 성명에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경제적 지원에 연연해 6자회담에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북한이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6자회담 의장이자 혈맹인 중국의 역할에 대해 실망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점도 6자회담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다.

북한이 6자회담의 효용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6자회담 틀안에 머문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북한은 6자회담을 깨는 대신 미국과의 양자협상에 더욱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와 일본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은데서도 이같은 의도가 읽힌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의도는 가능한 한 6자회담을 무력화하고 미국과의 양자구도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은 6자회담을 거부하더라도 결국은 6자회담의 틀에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말로는 세게 하지만 실제 행동은 이보다 완곡한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이 지금은 강경하게 나오지만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맞다고 생각하면 다시 6자회담의 틀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6자회담에 계속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틀을 걷어찬 상황에서는 미국도 북한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로켓발사로 조성된 지금의 경색국면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 북미협상에 이은 6자회담 개최라는 대화재개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적극적인 대북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을 중요한 외교성과의 하나로 여기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돌출행동을 그냥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북특사가 조만간 평양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외교부 당국자는 "당분간은 서로 치고받고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고 6자회담 재개방안도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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