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엔대표부 비장한 분위기속 '침묵'

태양절 앞둔 자체 행사만 치러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과 기존 합의 파기를 선언한 가운데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는 13일(현지시간)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신선호 대사와 박덕훈 차석대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기자들에게 일절 입을 열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안보리 성명 통과후 뉴욕 맨해튼 44번가에 소재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사무실 앞에는 일본 언론을 비롯한 수 십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한 대표부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대표부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속속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밤 10시25분께 대표부 사무실에서 나온 신 대사는 건물 앞에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아무 대답 없이 굳은 표정으로 승용차에 올라 퇴근했다.신 대사보다 10여분 먼저 사무실을 나선 박 차석대사도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않으며 성급히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대표부의 다른 직원들도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푹 쉬라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는 이날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태양절(4월15일)을 앞두고 외부 인사 등을 초청해 모종의 자체 행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북한 대표부가 김 주석을 기리며 최대 명절을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과 같은 날 국제사회는 일제히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핵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6자회담의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성명은 특히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도용하여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감히 걸고 드는 적대행위"를 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상정.논의한 것 자체가 우리 인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천추에 용납 못할 범죄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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