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노총 선택은 '강온 통합 지도부'

임성규 비상대책위원장 보궐선거 단독 출마 당선
임기 10개월뿐…운동노선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듯

단독 출마한 임성규 비상대책위원장(공공운수노조연맹위원장 · 53)이 민주노총의 지도부 보궐선거에서 위원장에 당선됨에 따라 새 지도부가 민주노총을 어떻게 끌고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폭력 파문 등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간 민주노총은 최근 산하노조의 조직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투쟁노선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무관심까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새로 출범하는 '임성규 체제'가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개혁은 단행할지 등이 주목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의 잔여임기인 10개월 정도 민주노총을 이끌게 되는 데다 조직 내 지지세력이 소수파인 강경파여서 리더십에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새 지도부 6명의 성향이 강경파와 온건파를 아우른 통합지도부여서 당장 운동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 노조 사무국장과 공공운수연맹위원장을 거친 임 위원장은 조직 내 강경파인 중앙파로 분류된다. 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신승철 사무총장은 기아자동차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강경파인 PD(민중민주)계에 속해 있다가 중도로 돌아선 인물이다.

또 부위원장 4명의 성향을 보면 정의헌 전 부산일반노조지도위원은 중도,배강욱 전 화학섬유노조연맹위원장은 온건파(국민파),반명자 전 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은 강경파(중앙파),김경자 전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국민파로 분류된다. 지도부 성향으로 볼 땐 강 · 온파 비율이 비슷해 운동노선이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핵심 이슈가 터질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강경파의 입김이 센 민주노총 내 의사결정 구조상 이슈가 생기면 강 · 온파 간 균형이 일순간 무너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정규직문제,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복수노조허용 등 현안 문제가 당장 이슈로 등장할 경우 강경파의 투쟁노선은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조직에 사활이 걸린 노조전임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민주노총의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12월 차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조직 장악을 위한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면 투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 지도부는 강 · 온파 간 갈등을 봉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여러 계파로 나뉘어진 민주노총은 분열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우선 조직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성폭력 파문의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고 조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하는 점도 새로운 지도부가 풀어야 할 짐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고경봉 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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