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와의 대화', 민간도 담당한다

대구 첫 사설 법의학연구소 개소

`죽은 이와의 대화'라 불리는 검안과 부검을 담당할 대구 최초의 사설 법의학연구소가 문을 열었다.대다수의 부검을 국과수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극소수 법의관이 도맡는 상황에서 서울, 부산에 이어 1일 문을 연 대구의 첫 민간 법의학연구소는 바로 권일훈(52) 소장이 이끌 세종법의의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0년 경력의 권 소장이 오랫동안 몸담은 직장에서 나와 새 일터를 꾸린 것은 바로 법의관이 사건 현장 검시에 나서기 힘들 만큼 일손이 부족한 우리나라 법의학의 현실 때문이다.

실제 지난 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검시제도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 법의관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전문적인 부검을 하는 법의관은 30여명에 불과하며 국과수 법의관 1인당 부검건수는 연간 300건에 달한다.권 소장은 지금껏 수없이 제기돼 온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의 해답을 사설 법의학연구소에서 찾고 있다.

그는 "부검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죽음에 대한 수사기관과 유가족들의 의문이 풀리고 억울한 죽음도 줄어든다"며 "국가에서 인력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면 민간에서 법의학 전문가들이 나서 부검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현장 검시와 부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사명감만 강조되는 것이 법의관의 근무 현실이라는 것이 권 소장의 의견이다."CSI 같은 드라마의 영향인지 법의학에 대한 일반인과 젊은 의학도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보다 수동적인 위치, 업무량에 비해 낮은 보수 등이 개선돼야 실제 법의관을 택하는 의학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이러한 민간 법의학연구소 개설에 긍정적인 의견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 시 진행되는 검안이 비전문가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민간의 참여로 좀 더 전문적인 현장 검시와 부검이 이루어진다면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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