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제금융 금융사 `잔류보너스' 남발

미국의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외에도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업체중 상당수가 직원들에게 수 백만달러 규모의 '잔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기업 임직원 보수 조사업체인 에퀼러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씨티그룹에서부터 애틀랜타 지역은행인 썬트러스트뱅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받은 금융회사중 최소한 19개 업체가 잔류보너스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잔류보너스는 실적이 뛰어난 우수 직원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고 자기 회사에 계속 재직하게 하려고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 AIG에서는 11명의 직원이 100만달러 이상의 잔류보너스를 받고도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신문은 이들 19개사가 정한 보너스는 현금과 주식 등의 형태로 책정됐고 업무성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급 대상은 이들 업체의 임원 약 75명이며, 금액은 이들 업체의 최근 주가로 계산해 5천30만달러 규모다.이는 당초 1억5천900만달러 규모였다가 주가 하락으로 금액이 낮아진 것이며 앞으로 다시 주가가 상승하면 금액도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업체가 공시를 통해 밝히지 않은 평직원에 대한 잔류보너스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씨티그룹의 경우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보너스를 받지 않았고 현재 연봉은 1달러지만, 250만달러 규모의 추가 스톡그랜트(주식보상)를 받았고 2년전 입사 당시 헤지펀드를 씨티에 팔아 1억6천500만달러를 챙겼다.또 씨티의 루이스 케이든은 현금과 주식으로 800만달러의 잔류보너스를 받았고 투자은행 부문의 총책임자인 마이클 클레인은 몇 개월뒤 사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잔류보너스에 관련된 550만달러의 현금보너스를 지급했다.

이밖에 패니메이의 고위 임원 4명도 앞으로 2년에 걸쳐 각각 100만달러를 받기로 돼 있으며, 프레디맥도 임원 3명에게 이와 유사한 거액의 현금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들은 대부분 AIG처럼 회사가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전에 약속된 것이며, 지급대상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 때 재직했던 직원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 채용된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신문은 하지만 실업자가 대규모로 속출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직장에 출근하라고 보너스를 주는 것이 보통의 국민에겐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보너스가 이들을 잡아놓지 못하더라도 암울한 구직시장이 이들을 눌러 앉힐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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