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비교적 잘하는건 안 통한다…확실히 강한 것을 찾아라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 마이클 포터 지음|문휘창 옮김|21세기북스|1134쪽|6만원
역사적으로 보면 경쟁력 있는 기업은 대부분 위기 상황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두각을 나타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모두 패전국이었다. 이들 국가의 기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면서 경쟁력을 높여갔다.

일본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볍고(輕) 얇고(薄) 짧고(短) 작게(小) 만들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석박사 등의 고급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또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탈리아 기업은 고도 기술 산업보다는 소비재 명품 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식민지가 없었기 때문에 천연섬유를 조달할 수 없었다.

이에 독일 기업들은 '식민지 대신에 화학'(chemistry rather than colonies)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합성섬유,합성염료 등 화학공업을 발전시켰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에서 '한 국가의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 또는 자본을 많이 갖고 있는 국가,아니면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가 경쟁력이 있는 것일까?포터 교수는 그 베일을 풀기 위해 4년간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10개 국가의 100여개 산업을 연구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과거 고전경제학의 부(富)나 '비교우위'에 대한 개념을 뒤집고,새로운 '경쟁우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번영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다. "(Prosperity is not inherited, but created)

실제로 많은 자원을 물려받은 국가보다는 자원이 빈약한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더 높은 생산성 또는 경쟁력을 지녔다. 그렇다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하고,그러한 요소들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어떻게 이 원리를 터득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국가 차원에서 접근한 경쟁력의 개념이 경제 전체가 아닌 '특정 산업과 산업 부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가르쳐 준다. 또 기존의 요소비교 이론이 현재의 경쟁 상황에서는 부적하다며 '다이아몬드 모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세분화된 시장,차별화된 제품,기술의 발전,규모의 경제를 포함한 역동적 경쟁의 개념을 반영하고 개선과 혁신의 프로세스를 다루며 바람직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제시한다. 어떤 국가의 특정 산업에서의 성공은 요소조건,수요조건,관련 및 지원산업,기업의 전략 · 구조 및 경쟁이라는 4가지 속성에 달려있으며 이 속성들이 상호 강화 시스템으로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 지속적으로 우위를 창출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 국가는 고립된 산업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 또는 수평적인 관계로 연결된 산업 '클러스터'(cluster)에서 성공한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 책은 믿기 어려울 만큼 쉽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역 및 환율정책,산업정책뿐 아니라 한 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으며 거기서 한 기업은 어떻게 번영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나아가 개인이 자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까지 활용될 수 있다.

이 책은 국가경쟁력,국가생산성을 논할 때 출발점으로 늘 거론하는 명저다. 이처럼 중요한 책이 뒤늦게라도 번역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이 책에서 통찰과 지혜를 얻는다면 나라 안팎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 재도약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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