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범재판, 변호인이 판결문에 관여"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전쟁 책임자를 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을 변호한 일본인 변호사 한 명이 재판 판결문에 관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는 법무성이 1961년 임시 석방 피고와 변호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청취조사 보고서에서 밝혀졌다.이런 내용은 일본 국립공문서관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과 관련해 그가 관여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합국 판사가 선고한 판결문에 피고 측 변호인이 관여한 것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이 변호인은 도쿄제국대 교수였던 다카야나기 겐조(高柳賢三.1887~1967)씨였다.

그는 전쟁 당시 물자 동원 계획을 담당했던 스즈키 데이치(鈴木貞一.1888-1989) 전 기획원 총재의 변호를 맡았다.

스즈키는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A급 전범 가운데 가장 오래 생존했다.다카야나기는 도쿄재판의 기본적인 기준인 영미법에서 일본 내 일인자였다.

그는 법정에서 피고들에게 적용된 '평화에 대한 죄'가 전승국이 전후에 적용한 것인 만큼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었다.

그는 1961년 법무성의 조사에서 "나는 연합국의 판결문 작성과 관련, 법률 및 사실 관계 측면에서 점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그는 "본래 변호인이 판결문 작성에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내가 판사 측이나 검사 측과도 자주 연락을 했었기 때문에 이런 의뢰를 받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카야나기씨가 어떤 부분의 판결문 작성에 관여했는지, 언제 누구의 부탁을 받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의 지적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법정에서 주장했던 국제법상의 문제는 판결에서 인정되지 않고, 피고인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국립공문서관이 보유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법정에서는 불꽃 튀는 대결을 벌였던 판사, 검사들과 변호인들이 법정 밖에서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외의 내용이 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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