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비정규직 문제 본격 부각

'회사인간'의 나라 일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관련 제도가 완화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높아졌지만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자 제대로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채 비정규직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를 대부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발생한 실직자 8만8천명 중 정규직 노동자는 3천300명뿐이었다.

후생노동성은 오는 3월까지 6개월간 비정규직 노동자 12만5천명 정도가 실직했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말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4일 일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미국식 규제완화가 진행된 지난 10년간 형성돼 일본 노동자 사회에서 새로운 하위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풀이했다.IHT는 지난달 1일을 전후해 일본 후생노동성 청사와 인근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 500명 가량의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숙' 생활을 했던 점을 일본 내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적 사건으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또 오이타(大分)현에 위치한 모 대기업 공장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1천100명의 경우 회사 기숙사에서도 쫓겨나 노숙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해고된 1천100명은 일하는 동안에도 일본 노동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빈곤선인 연 240만엔(약 3천900만원)에 못 미치는 연 200만엔의 급여를 받았을 뿐이었다.10년 전에만 해도 일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미만이었다.

그러나 1999년 노동법 규정이 완화되고 2004년에는 정규직 직원만을 둘 수 있던 많은 업종에 비정규직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면서 현재 일본의 5천530만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34.5%에 달한다.

일본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착됐던 회사 중심의 사회복지제도가 아직 충분히 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일본에서 실업보험금을 받으려면 한 직장에서 최소 1년은 근무해야 하는데 짧은 경우 2개월짜리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이타 현에서 해고된 1천100명 중 한사람인 히라노 코지(47) 씨는 IHT와의 인터뷰에서 한번에 십여곳씩 구직 신청을 해도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는데 사회복지 혜택을 신청할 때는 구직 활동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호소했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돗쿄(獨協)대학 아베 마사히로 교수는 "경기침체가 점증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일본인들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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