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수락 의미와 전망

한반도 정세 완화에 기여할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중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후 주석의 친서를 들고 방중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과 방중 초청 수락이 최근 북핵을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과 북한의 초강경 대남 성명으로 긴장감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거나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中, 金위원장 초청 의미 = 북한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양자 협상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수락은 북.중 모두에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기댈 수 있는 안전판을 확고히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수교 60주년'으로 북.중 친선의 해인 올해 대중 접근을 통해 자신들의 대미 관계개선 행보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중국으로부터 식량 지원과 경제협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중국 입장에서는 북.미 관계가 진전되더라도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들이 가진 `레버리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을 자신들의 영향력 안에 묶어둘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삐끗하거나 남북관계가 악화돼 한반도 주변 정세에 긴장이 조성될 경우 자신들에게도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북한을 달래 놓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은 수교 60주년에 북.중 친선의 해라는 호기를 이용해 김 위원장을 초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중국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편 나름의 실속을 챙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 있을까 =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방중 초청과 수락으로 대표되는 북.중간의 밀월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김 위원장도 이날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말해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무엇보다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추가로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을 일정부분 낮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왕자루이 부장이 후 주석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의 방북을 초청한 상황에서 북한이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예고한 대남 강경조치를 당장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미가 최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청문회와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북핵과 관련,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교환함으로써 북핵 협상에 험로가 예고된 상황에서 중국이 끼어들 여지를 만든 의미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중간 밀착은 북.미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때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전략적 대응 필요 = 북한이 `통미봉남'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북.중관계가 긴밀하게 전개되는 현 상황은 우리 정부에도 전략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약 북.미간 직접 대화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남북관계가 계속 현재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자칫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병행해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면서 "그때 북.미.중이냐 남.북.미.중이냐는 '당사자' 문제가 나올 수 있는데 북미.북중.미중 관계가 괜찮은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계속 경색될 경우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정부로서는 북한 문제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와 정책 조율을 긴밀히 해가면서 양측의 체면손상 없이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 건재 과시로 '직접대화' 美에 호응 = 김 위원장이 작년 9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외빈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함으로써 `건강 변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외빈 접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위원장이 작년 10월초 축구 관람으로 약 5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꾸준히 공개활동을 이어갔지만 북한 매체들은 정지 사진만을 공개했기에 `사진 조작' 등의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외견상 이상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됐기에 왕 부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추정이고 보면 김 위원장과 왕 부장간 이날 면담은 외부 세계에 김 위원장의 통치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북한이 미국 새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통한 체제 안전보장에 승부수를 던질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날 면담은 적대국 정상과 만날 수 있음을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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