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사후 85년 '시신 보관' 논란 여전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이 사망한 지 21일로 8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시신 보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그의 시신이 방부 처리돼 안치된 모스크바 붉은광장 인근 마네즈 광장에는 하얀 붕대를 온몸에 두른 청년 50여 명이 나타났다.이들이 미라 복장을 하고 판지로 만든 관(棺)을 나른 이유는 레닌 묘를 폐쇄하고 레닌의 시신을 매장하라는 것.
경찰은 이들 가운데 30명을 불법 집회 혐의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 청년들이 소속된 단체는 최근 레닌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묻힌 상트페테르부르크 볼코브스코에 묘지 근처에서 레닌의 시신 매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레닌은 1924년 1월21일 숨졌고 당시 그의 가족들은 매장을 원했으나 볼셰비키는 그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유리관 안에 영구 보존키로 했다.그 역시 사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묻히기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1991년 소비에트 붕괴 이후 계속 레닌 묘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산당원을 포함한 레닌 숭배자들의 반대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폐쇄 찬성론자들은 "소비에트 시대 및 개인숭배와의 완벽한 단절을 위해서는 그 시신을 적당한 장소에 안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브치옴(VTsIOM)이 지난해 11월 러시아 42개 주 140개 지역 1천6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가능한 한 빨리 레닌 묘를 폐쇄하고 그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28%는 소위 `레닌 세대'가 끝나고 그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고 답했다.그러나 15%는 국가 지도자의 시신이 러시아를 상징하는 붉은 광장에 머무를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시신 매장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한편, 공산당원들은 이날 레닌 사망 85주년을 추모하면서 그에게 `러시아 영웅상'을 수여하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그들은 "그가 비록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이 시기 그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라면서 "그에게 러시아 최고 권위가 있는 영웅상을 수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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