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자장면값 언제 올랐지?

고삐풀린 '동네물가'…치킨ㆍ피자ㆍ목욕탕 줄줄이 인상
서울 신당동에 사는 주부 이하나씨(33)는 아이들과 동네 중화요리점에 간자장과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 달 전에 비해 간자장이 4000원에서 5000원,김치볶음밥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1000원씩 올랐기 때문.이씨는 "아무리 동네 음식점이지만 슬그머니 음식값을 올려 왠지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동네 물가'가 심상치 않다.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하는 소형 외식 · 서비스 업소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덩달아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 이슈에 편승하거나 원재료 중 한 가지가 오르면 그 핑계로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불경기여서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생필품 가격 인상 못지 않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사당동의 66㎡(20평) 규모 A치킨점은 입구에 '밀가루 값 상승으로 전 메뉴 가격을 올립니다'라고 쓰여진 친절한(?) 전단지를 붙여놨다.

최근 닭 시세가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완만한 내림세인 애꿎은 밀가루 값을 인상 이유로 끌어댄 것이다.

이 업소 주인은 "밀가루 값이 워낙 사회 이슈가 되다 보니 전단지에 쓰게 됐다"며 "올초부터 프라이드 치킨 등 모든 메뉴를 2000~3000원씩 올렸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있는 B목욕탕도 작년에 이어 올 들어 입욕료를 또 올렸다. 성인이 5500원에서 6000원,어린이는 4000원에서 4500원이 됐다.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기름 가격은 떨어졌는데 입욕료를 올린 이유를 묻자 업주는 "물가가 뛰니…"라는 말 이외에 뚜렷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양재동의 피자전문점 '피자켓'은 올 들어 모든 메뉴를 1000~2000원 올렸다. 포테이토 피자(중 · 콜라 500㎖ 포함)를 종전 1만1900원에서 13% 올린 1만3500원에 판다. 인근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점에서 같은 메뉴를 1만3200원(매장 판매가격)에 파는 데 맞춰 올린 것이다. 돈암동의 샌드위치점 '바른생활'은 1000원이던 주스,샌드위치 가격을 1300~1500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이 같은 '동네형 업소'들의 가격 인상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소규모 독립점포들이어서 동네 단위로 가격 담합을 해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주거지역 내 점포의 가격은 업주가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어 특별한 규제나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과 가격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네 치킨집들이 일제히 한 마리에 1만5000원씩 받기로 했다면 주민들은 오른 가격에 사먹든지 아예 먹지 않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장성호/김진수/최진석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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