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펀드야 놀자!] 두려운 시장일수록 저가 매입 기회 많아

인간의 공포심과 투자 의사결정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미국에서 흥미로운 게임 실험이 있었다. 20달러를 가지고 시작해 동전을 던질 때마다 1달러를 걸 수도 있고 반대로 걸지 않고 건너 뛰어 위험을 피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20번 계속된다.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두 집단으로 구분된다. 한 집단은 공포심을 관할하는 뇌(腦)의 편도체와 같은 감정 중추가 손상된 사람들이었고,다른 집단은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정상인들은 도박을 꺼렸다. 특히 돈을 잃은 직후에는 주어진 기회의 41%만 판돈을 걸었다. 심지어 돈을 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뇌의 손상으로 공포심을 느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주어진 모든 기회 가운데 판돈을 건 경우가 84%에 달했다. 심지어 그들은 잃은 액수에 상관없이 계속 판돈을 걸었다.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응했다. 이 게임에서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공포심을 잃어버린' 뇌가 손상된 사람들이었다. 뇌가 손상된 사람들이 정상인들보다 13% 돈을 더 땄다.

사람들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설사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더라도 선뜻 투자에 못 나선다. 시장이 좋을 때(수익이 나고 있을 때)는 이 두려움은 사라진다. 이때 사람들은 손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의 공포 반응도 체험해 보지 않았다. 시장 상황이 바뀌어 손실이 발생하면,이젠 반대로 두려움과 공포심에 휩싸인다. 정상인 실험 참가자들처럼 유리한 상황에서도 베팅을 하지 않게 된다. 뇌과학과 경제학을 접목한 신경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투자에서 손실을 입으면 뇌의 심층부에 있는 복숭아 모양의 편도체가 활성화하는 것을 밝혀냈다. 사실 이 편도체는 자동차 사고나 자신의 다리 밑에서 뱀을 발견했을 때처럼 갑작스런 위험에 처했을 때,경고등처럼 빠른 감정을 유발하는 부위다. 이처럼 사람들은 투자 손실을 뜻하지 않은 위험과 동일하게 받아들인다.

현재 시장에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사정이 더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이 가득한 시장은 거꾸로 저가 매입 기회였던 적이 많았다. 편도체의 기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투자에서는 왕왕 오판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 펀드 투자자들은 한 발 물러서서 긴 호흡법을 가지고 시장을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이사 sglee@miraeas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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