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현희 꺾은 `펜싱 여제' 베잘리

특별취재단 = 베이징 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에서 남현희(27.서울시청)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발렌티나 베잘리(34.이탈리아)는 12년째 이 종목을 지배하고 있는 `여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베잘리는 이날 승리로 펜싱 플뢰레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1996년과 2000년에도 이탈리아 대표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베잘리는 올림픽 금메달만 5개째를 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무려 9차례에 걸쳐 우승을 차지한 절대 강자다.

2002년 이탈리아의 축구선수인 도메니코 지울리아노와 결혼한 베잘리는 2005년 출산으로 잠시 칼을 놓았지만 아들 피에트로를 낳은 뒤 2개월 만에 독일 라이프치히 그랑프리 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펜싱 선수로는 전성기를 이미 훌쩍 넘겼을 나이. 하지만 아직 넘치는 체력과 현란한 기술을 유지하고 있고 남현희를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4-5로 뒤지던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은 데에서 보듯 노련미와 냉정한 판단력까지 갖고 있다.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까지 갖춰 남현희가 "나도 독한 편이지만 대회 때마다 경기를 앞두고 집중하는 베잘리를 보면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피스트(펜싱 경기대)에 올랐을 때는 냉철한 승부사로서 면모를 보이던 베잘리는 남현희를 꺾은 뒤에야 비로소 한 아이의 엄마로 돌아왔다.

베잘리는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세 살짜리 아들이 메달을 따오라고 했지만 아들은 아직 메달 색깔을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며 "어쨌든 아들에게 메달을 가져다주게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남현희와 경기에 대해서는 "정말 멋진 경기였다"고 운을 뗀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경기 내내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베잘리지만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당분간 `여제' 자리는 굳건하게 지킬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nicemas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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