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땐 '왕창'…오를땐 '찔끔'‥'힘못받는' 코스피

'힘못받는' 코스피…다우보다 낙폭 2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빠질 때는 더 빠지고,상승할 때는 덜 오르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진앙지인 미 다우지수보다 2배 더 하락했다.이는 국내 증시가 2003년 이후 4년반에 걸쳐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데다 수급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물이 쏟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도 비슷하다.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은 견조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미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될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미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빠질 때 더 빠지는 이머징 증시

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다우지수는 6.64%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코스피지수는 14.23%나 하락했다.

이날도 새벽에 끝난 다우지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1.45% 올랐으나 코스피지수는 0.66% 상승하는 데 그쳤다.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올해만 각각 16.01%,12.00% 급락했다.

아시아 이머징마켓 중에서는 인도 센섹스지수가 9.49% 빠져 그나마 선방했지만 다우지수에 비하면 부끄러운 성적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실제 2003년 이후 5번의 급락장에서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미국 S&P지수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그는 이를 주식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설명했다.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지난 4년반 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2003년 이후 작년 말까지 다우지수가 59.02% 상승에 그친 반면 코스피지수는 201.31%,상하이종합지수와 가권지수는 각각 287.55%,91.05%나 올랐다.

서영호 JP모건 전무는 "1950년 이후 9번에 걸친 미 경기침체기 동안 다우지수 하락률은 평균 20%,조정은 13개월 정도였다"며 "기간은 모르지만 다우지수의 조정폭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 증시가 지난 21일 마틴 루터 킹 기념일로 하루 쉰 데다 22일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을 비켜간 점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은 이유로 분석됐다.

◆미 증시 회복 전까지는 변동성 확대 국면 이어질듯

정 부장은 "하락장에서 한·미 증시 디커플링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신자본주의에 따른 자본 과잉으로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은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머징마켓 경제가 견조해도 증시까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갈 순 없다는 지적이다.

서 전무도 "이머징마켓 경제가 미 경제와 달리 디커플링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주식시장은 디커플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수급에 있다.

그는 "외국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게 된다"며 "미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신흥시장 주식을 정리하려 하고 있고 유동성이 좋은 한국 주식을 우선 내다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과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서명석 동양종금증권 상무는 "미 경기가 부진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나 한국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며 "미국 대비 과도하게 조정을 받은 부분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경우 조만간 만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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