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럭셔리] 한양대 루푸스 클리닉 … 국내 루푸스 환자 맞춤치료 메카

활달한 성격의 20대 초반 여성 이모씨는 지난해 봄부터 온몸의 관절이 특별한 이유없이 욱신욱신 쑤셨다. 통증에 비해 많이 붓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겨울이 다가오자 고열과 심한 기침,숨이 차는 증상이 생겼다. 감기약을 먹어도 전혀 나아지지 않아 X-레이를 찍었더니 폐렴과 늑막염이란 진단이 나왔다. 큰 병원에 입원해 한 달여 항생제를 집중투여했지만 증상이 더욱 악화돼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선 '자가면역질환'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을 추천했다.

이씨는 이 병원으로 옮겨 정밀 항체 검사를 비롯해 혈액검사,심장초음파검사,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등을 받았다. 의료진은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루푸스'(Lupusㆍ전신성 홍반성 낭창)라고 진단했다. 그날 즉시 전문적인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서 이씨는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약물 치료를 마치고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완쾌됐다.루푸스는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불필요하게 과잉 생성된 항체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주로 관절을 침범하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달리 루푸스는 전신의 어느 장기에나 침범한다. 진단이 어렵고 치료도 훨씬 까다롭다. 그래서 '천의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린다.

한양대 루푸스클리닉은 세계적 수준으로 이 같은 난치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다른 대학병원도 루푸스 환자를 이곳에 자주 의뢰한다. 매년 1000여명에 달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배상철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세계적인 루푸스 전문가 모임인 'SLICC'에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참여해 급변하는 최신 치료법을 습득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루푸스 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적으로 시술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루푸스가 난치성이라고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면 비교적 쉽게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며 "최근엔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해 주는 '맞춤치료'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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