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페셜] Mr.Messenger 주세진 "대화상대 3102명!"

CJ홈쇼핑 금융서비스센터에서 개인자산관리 상담매니저(CFM)로 일하는 주세진씨(36·사진).

그는 직장 내에서 '메신저맨'으로 통한다.일과를 메신저로 시작해 메신저로 끝낸다고 할 정도다.

그는 2001년부터 '네이트온' 메신저를 쓰고 있다.

주씨의 네이트온 '버디'(등록된 대화상대)는 무려 3102명.네이트온 가입자 2000만명 중 버디를 가장 많이 확보했다.대화친구로 100~300명을 등록한 직장인은 더러 있지만 3000명 이상은 주씨가 유일하다.

MSN메신저에도 이런 기록은 없다.

주씨는 왜 이렇게 많은 버디를 확보한 걸까.노닥거리기 위해? 아니다.

그에게 메신저는 고객과 인맥을 관리하는 수단이다.

"고객과 인맥을 관리하는 데 메신저보다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주씨가 강조하는 메신저 철학이다.


그의 버디 3102명 중 단 한 명,아내를 빼곤 모두 그의 고객이다.

친구 선후배 친척도 그에게는 고객이다.

이벤트 회사,보험회사 등을 거쳐 CJ홈쇼핑에 입사한 그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네이트온 아이디를 알아내 저장하고 집중 관리한다.

"보험,금융,부동산,재테크 상품과 관련해 궁금한 사항이 있다거나 급히 물어볼 게 있으면 네이트온으로 연락 주세요.

무료로 상담해 드립니다. 네이트온 아이디가 어떻게 되는지요?" 그는 이런 수법(?)으로 처음 만난 사람의 네이트온 아이디를 따낸다.

네이트온 대화상대로 등록하려면 아이디를 알아내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

그는 이런 식으로 인맥을 넓혔다.

직장 선후배,중·고·대학 동문,교회 형제자매,재테크 동호회 회원,국토순례 멤버,싸이월드 일촌,군대 동료 등.

주씨는 "고객들도 메신저 상담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대부분 일과에 쫓기는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네이트온 메신저로 신속하게 핵심 상담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

"어떤 날엔 50명이 한꺼번에 접속해 들어와 상담을 원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땐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자대화를 한다.

처음엔 누구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헷갈렸지만 이젠 30~40명과도 동시에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답변하기 어려운 경우엔 별도로 조사한 뒤 응답하기도 한다.

메신저 대화에도 에티켓은 필수다.

회사 안에서 오프라인으로 고객과 상담하는 시간에는 반드시 메신저 창에 '자리비움' 표시를 해 둔다.

주씨는 메신저를 이용해 고객의 생일도 꼬박꼬박 챙긴다.

네이트온은 버디의 생일을 사흘 전부터 팝업으로 알려준다.

주씨는 이 서비스를 활용한다.

'생일창'이 뜨면 해당 고객에게 접속해 축하대화를 한다.

1분 남짓한 인사지만 효과는 120%.

주씨는 3102명이나 되는 버디를 네이트온에서 어떻게 정리할까.

그는 네이트온 대화창에 띄워놓을 수 있는 대화 상대수가 40명 정도인 점을 감안,그룹별로 고객을 구분해 놓는다.

친구,중학 동창,직장,동호회,고객 등으로 나눈 뒤 다시 40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분류한다.

특정 그룹 안에 있는 고객과 대화해야 하는 경우 해당 그룹창을 띄우면 된다.

그의 메신저에는 80개가량의 그룹창이 있다.

주씨는 "메신저는 저에겐 업무상 없어선 안 될 툴(수단)"이라며 "지금도 메신저로 고객을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직장 동료인 권명규씨는 "오프라인 관리로 깊이를 더한다면 그 이상 좋은 고객관리 기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CJ홈쇼핑 금융서비스센터는 주씨의 경우를 고객관리 성공 사례로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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