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권력화'는 방송정책 실패 등에서 기인"

스타 권력화 문제가 영화와 방송계에서 급부상한 가운데 이의 발생 요인과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14일 오후 한국광고공사 광고교육원에서 '스타 권력화와 한국 드라마의 미래'라는 제목의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이 문제가 충돌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발언과 함께 '스타 권력과 드라마 현실, 그리고 새로운 모색'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이은규 MBC 드라마국장, 김영섭 SBS 드라마국 책임프로듀서(CP)와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이자 영화제작가협회 이사, 이남표 민언련 정책위원 등이 나섰다. 양 위원은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스타가 PD들을 고르는 정도가 돼 '찍새 PD'라는 용어까지 나왔으며, 심지어 아버지 역을 맡을 중견 배우까지 고른다"고 전했다. "도대체 방송사 PD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스스로의 위상을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스타 위주의 제작 현장을 꼬집었다. 그 원인에 대해 그는 "외주 의무비율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편성상의 문제점과 외주제작사의 증가, 연예기획사의 무분별한 제작 참여" 등을 꼽았다. 1990년 도입된 외주 의무 제작 비율이 KBS 39%, MBC와 SBS 35%까지 높아져 뉴스, 스포츠, 교양 프로그램을 빼고 나면 거의 대부분 외주에 맡겨야 하는 현실이 됐고, 특히 그중에서도 방송사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에 영향을 미치는 시청률로 인해 드라마는 스타 동원 능력이 뛰어난 외주제작사에 제작을 맡기게 된다는 것. 여기에 2004년부터 배우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연예기획사들이 제작에 까지 뛰어들며 PPL과 뮤직비디오 같은 음반 홍보 등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 드라마의 경우 회당 제작비 9천700만원 중 톱스타 출연료 2천500만원을 포함, 주연 배우 3명의 출연료가 4천400만원으로 총 제작비의 45.4%를 차지할 정도다. 또한 주말 연속극 제작비 상승률과 주연 배우의 출연료를 비교한 결과 2000년에 비해 2004년 제작비는 77% 상승했지만, 주연 배우 2인의 출연료는 무려 261% 상승했다. 양 위원은 급속히 스타 권력화가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의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중 하나로 샐러리캡 제도 도입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총제작비중 주연, 조연 배우 개런티 비율과 실제작비 비율을 합리적으로 설정해 적용하자"는 것. 또한 "신인 발굴 및 양성을 위한 단막극 부활과 투자 강화, 인센티브제 도입" 방안 등을 내놓았다. 실제 드라마 제작 현장을 지휘하는 이은규 국장은 "스타는 매우 귀한 존재다. 그들이 벌어다 주는 부가가치는 굉장히 커 진정한 스타는 대접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임금 수준과 스타의 개런티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방송 광고 단가는 7년째 제자리 걸음이지만, 방송 제작비의 80~90%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며 "드라마의 질을 무엇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타 권력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PD들의 기획력 향상'을 꼽았다. "좋은 작품,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PD들의 기획능력이 향상돼야 하는데, 그건 시간과 돈이 드는 작업이다. 방송사 경영진들이 확고한 신념으로 이를 관철해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섭 CP 역시 "드라마를 문화가 아닌 주로 산업적으로만 보는 시각이 크다"며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의 산업적 가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이익 창출을 위해 늘 비슷한 내용의 청춘 드라마만 만들어지고, 스타들의 출연료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해 수출가가 턱없이 올라가면 타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사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돈을 어디서 벌 것인가"라며 '공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준동 대표는 "제작가협회가 지난 6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중 스타 문제가 포함돼있었던 것"이라며 충돌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영상 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제작자, 배우, 매니저, 방송사, 외주제작사의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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