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회 개원연설'] '2기 경제정책 방향'

노무현 대통령의 17대 국회 개원연설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론을 인정하지 않으며, 특혜와 독점ㆍ불공정 경쟁의 시장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2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한 이날 연설에서 "중소기업대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겠다"고 언급, 대기업들에 대한 '개혁 의지'를 강조한 것과 대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기업규제 대폭 완화 △반(反)기업정서 해소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 등 대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조치들은 연설에 반영되지 않았다. 성장론자들의 주문사항이 '개혁 우선논리'에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혜와 독점, 불공정 경쟁의 시장구조로는 창의와 경쟁의 효율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시장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방향을 드러낸 금융회사의 계열회사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와 사모펀드에 대한 출자총액규제 적용 등을 포함, 대기업들을 겨냥한 '시장개혁 로드맵'을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기술과 인재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며 기술혁신과 인재 양성, 신성장동력 확충,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거론했다. 이와함께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권시장 등 금융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줄 것을 당부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원하고 시장개척과 금융상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며 중소기업 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4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을 증시를 통해 생산자금화하는 문제,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한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등의 당면 현안에 대해서는 "정략적인 이유로 대안없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며 '비판세력'들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경제는 경제이론에 따라 원칙대로 해나갈 것"이라며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으로 경쟁하자"고 말해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중국 쇼크와 유가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올해 5%대를 시작으로 임기중 매년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올해 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흑자와 1천6백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상장기업들의 이익률 증가, 부채비율 하락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충실하기 때문에 대내외 불안요인들을 충분히 극복하고 잠재성장률 이상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같은 자신감의 연장선상에서 "(과도한) 경제위기설은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단기부양 조치보다는 '개혁'을 통해 현재의 경기상황을 정면돌파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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