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조류독감 비상 .. 닭값 폭락세

지난 97년 홍콩에서 인명피해까지 낳았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충북 음성과 충남 천안에 이어 전남과 경북권에서도 발생된 것으로확인되는 등 조류독감 비상령이 전국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닭값은 폭락세를 보이는 등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류독감 사실상 전국확산 = 지난 10일 동물병원을 거쳐 방역당국에 신고된 충북 음성군 H종계농장의 닭 집단 폐사 원인이 15일 정밀검사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인 홍콩 조류독감과 같은 유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H5N1)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바로 이 농장의 반경 3㎞를 위험지역으로, 반경 10㎞를 경계지역으로 지정하고 출입통제를 실시하는 등 방역대책에 나섰으나 위험지역내 부근 K씨 오리 농가와 S씨 산란계농장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19일에는 위험지역 밖인 음성군 대소면 K씨와 L씨 오리농장에서도 고병원성 조류독감 감염이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의 초조감은 커졌다. 급기야 20일에는 최초 확인 농장인 H종계농장에서 25㎞ 떨어져있는 경계지역 밖충남 천안시 북면 운룡리에 있는 오리고기 전문 생산업체 H사의 원종 오리농장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 종전 위험 및 경계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방역당국의 집중적인 방역대책이 미치지 않던 곳이다. 특히 이 농장은 국내 유일의 원종 오리농장으로 전국 종오리 농장 52곳중 충청 및 전라권의 22곳에 새끼 오리를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식용 등 일반 오리 농장은 종오리 농장에서 새끼 오리를 공급받고 이 종오리 농장에 새끼 오리를 공급하는 곳이 원종 오리농장이어서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게다가 21일 밤에는 전남 나주 식용오리 농장과 경북 경주 산란용 닭 농장도 감염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통해 발견한 충남 천안 직산면 의심 농장 2곳중 판정리 H사 직영 종오리농장은 21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미 감염이 확인된 농장 인근의 농가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조류독감은 이미 전국 곳곳에 사실상 확산돼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궁에 빠진 감염경로 조사 = 방역당국은 바이러스(H5N1)가 처음 확인된 H종계농장 주변 감염 농장의 경우 이미 거의 역학 조사를 마친 단계였다. 최초 확인된 H종계농장과 2번째 확인된 K씨 오리농가(14일 신고, 15일밤 확인)는 거리가 가까워 청둥오리 등 공통 감염원이 있었거나 K씨 종오리 농장이 H종계농장에 감염시킨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어 18일 신고된 대소면 L씨 오리농장은 K씨 종오리농장에서 오리를 분양받았고 역시 18일 신고된 대소면 K씨 오리농장은 L씨 농장과 거리가 200m로 가까워서 감염됐으며 이에 앞서 지난 16일 신고된 삼성면 S씨 산란계 농장은 대소면 L, K씨와같은 분뇨처리 차량이 출입하면서 감염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충남 천안의 H 종오리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미궁에 빠졌다. 충북 음성의 감염 농장들과 H 종오리 농장의 연관 관계가 규명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날 새로 감염이 확인된 나주 농장의 경우는 천안 H원종 오리농장과 같은부화장을 사용했던 점에 비춰 연관관계는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단 조류독감의 국내 유입시기는 11월중순이고진원지는 충북 음성이나 충남 천안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역학조사를 토대로 추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추운 겨울을 피해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오는 청둥오리 등 철새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퍼뜨리고 있을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걸리더라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오리에 이미 지난 11월부터 감염돼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나 전국적인 조류독감 확산 가능성이 높아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철새의 경우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계속 확산시킬 우려가 있고 오리의 경우도 이미 국내 유일의 원종 오리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된 만큼 이미 전국적으로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전국의 종(種)오리 농장 52곳을 상대로 혈청 및 분변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철새 도래지 주변 농장에 대한 질병 감시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감염된 닭고기가 유통되는 사례가 없도록 닭 도축장에도 공무원을 배치했다. ◆피해 갈수록 `눈덩이' = 삼계탕 등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삼계탕집 등 식당에는 손님이 끊어지면서 한파가 느껴지고 있을 정도다. 음식 섭취를 통해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하자 고 건(高 建) 총리와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은 직접 닭과 오리고기를 먹는 모습까지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산지 식용 닭값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이 확인되기 전인 지난 10일 1㎏당 991원에서 16일 816원으로, 19일에는 693원으로 급락, 양계 농가들이 생산비(1천원이상)도 건질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아울러 충북 음성과 충남 천안, 전남 나주, 경북 경주의 닭, 오리 90여만 마리가 이미 폐사했거나 매몰될 예정으로 있는 등 직접적인 조류독감 피해규모도 커지고있다. 그러나 조류독감 확산 추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전망이다. 만일 광범위한 지역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퍼져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류독감은 알려진 혈청형만 135종에 달하고 변이 형태도 많아 백신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감염농장 주변 오리, 닭 등 가금류는 모두 매몰 처분하는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실제 지난 99년 이탈리아에서는 고병원성(H7N1)이 발생했을 때 1천300만마리가 폐사했으며 지난 83년 미국에서는 고병원성(H5N2) 발병으로 매몰처분에 따른 농가 보상비 등 약 4천900만달러(5천300억원 상당)의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5천만마리중 절반인 2천500만마리가 폐사 또는 도살처분됐다. 특히 인체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외국인 관광객 및 바이어의 발길도 끊어지는 등 경제 전체에 어마어마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에서 검출된 조류독감이 97년 홍콩에서는 6명의 인명피해까지 초래했던 바이러스(H5N1)와 같은 유형이지만 같은 유형이라도 변이 형태에 따라 인체 전염성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아직 이 사태까지 속단하기는 힘들다. 일단 정부는 그동안 역학조사 결과, 농장주나 종업원 등 조류독감 발생지역의 접촉자들이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는 만큼 이번 조류독감은 인체 전염성이 없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뢰한 조사결과가 나와야최종확인이 되는 만큼 한달 가량은 불안 요인이 잠재해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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