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 이색 생존전략 .. 틈새시장 노리며 수익 창출

2001년 상호저축은행들이 앞다퉈 시작한 ‘소액신용대출’은 ‘대박’ 수익모델처럼 보였다. 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첫 테이프를 끊은 소액대출은 저축은행권에 ‘부’를 안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소액대출 도입 초기 순이익으로 순간의 영광을 맛봤던 저축은행들은 현재 소액신용대출로 빚어진 부실로 고심하고 있다. 저축은행마다 차이는 나지만 40% 이상의 소액대출부문 연체율을 지니게 된 것. 이에 따라 상호저축은행들은 ‘소액대출’이 아닌 다른 수익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면서도 은행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며 틈새시장을 노리게 된 것이다. 요즘 저축은행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고금리 상품’이다. 서울에 위치한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ㆍ적금 금리는 연 5~7% 정도다. 이는 시중은행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 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호받을 수 있어 ‘안전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최근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세금우대를 받아서다. 1인당 4,000만원까지 세금우대로 가입 가능하며, 1년 이상 가입할 때는 일반 세율인 16.5%보다 낮은 10.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예금금리(저축성 수신 평균, 신규취급액 기준)는 올 1월 연 4.63%에서 5월 4.22%, 6월 4.15%, 7월 4.09% 등으로 하향세를 지속했다. 반면 저축은행 예금금리(1년 정기예금, 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 5월 연 5.37%, 6월 5.54%, 7월 5.71%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부동산부문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이 고수익 모델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부동산개발업자나 소유주가 건물 시공이나 증축 등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은행에서 조달하며 이익을 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저축은행 중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한국상호저축은행. 총여신의 35~40%를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거두고 있을 정도다. 고원용 한국상호저축은행 경영지원부 과장은 “주상복합빌딩과 오피스텔, 리모델링사업, 상가분양 등의 부동산에 주로 투자해 지난해 연말 결산에서 1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선발주자인 한국 외에 현대스위스와 대영, 민국, 솔로몬, 프라임저축은행 등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해 토지신탁과 부동산신탁 등에서 부동산 금융전문가 3명을 영입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붐은 금융감독원의 분석결과에도 반영됐다. 전국 115개 저축은행의 2002회계연도(2002년 7월∼2003년 6월) 당기순이익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수익이 늘면서 전년 대비 19.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실채권(None Performing LoanㆍNPL) 매입도 저축은행들의 또 다른 수익모델이다. 부실채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한국저축은행과 한국의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은 고수익을 올렸다. 한국ㆍ진흥저축은행은 지금까지 부실채권을 약 1,400억원 가량 매입하며 평균 38%의 고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도 우량 카드채권을 중심으로 약 7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했으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입을 검토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매입 업무를 위해 공인회계사(CPA) 등 외부 전문인력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한국ㆍ진흥저축은행은 8명의 CPA를 채용해 부실채권 매입 등의 심사업무를 맡기고 있다. 그밖에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다른 저축은행권에서도 하지 않는 사업을 펼치는 곳도 있다. 프라임저축은행의 경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수입이 짭짤하다.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와 명동 아바타, 영등포시장 등지에 있는 20개 이상의 ATM 기기에서 연 1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내고 있다. 류홍용 프라임상호저축은행 기획팀장은 “ATM 1대당 기계구입비가 800만~900만원이지만 1년이 지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 순이익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소재 플러스상호저축은행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영화나 외국 유명가수의 내한공연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에 투자해 지난 4년간의 내리 적자에서 벗어났다. 지난 6월 말 결산에서 당기순이익 64억원을 올린 것. 올해 초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눈을 뜬 플러스저축은행은 윤제균 감독의 영화 에 3억6,000만원을 투자, 34%의 이익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서울공연에 투자해 15%의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곽경택 감독의 영화 에도 3억5,000만원을 투자, 3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저축은행 공동으로 통합전산망을 개발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인터넷금융을 개선하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전상망에 가입한 64개 저축은행은 주 사업자로 선정한 뱅크타운과 인터넷뱅킹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부터 상호저축은행 중앙회의 통합전산망에 가입돼 있는 전국 64개 상호저축은행들이 통합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뱅크타운이 64개 상호저축은행에 온라인임대서비스(ASP) 형태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연체 여신을 줄이면서도 견고한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저축은행들.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재무건전성 확보도 꾀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기대해본다. 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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