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 기자간담회 문답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일요일인 2일청와대 춘추관에 들러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문제 등 최근의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 문답. -- 한나라당이 3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의 특검법안 제출에대한 입장은. ▲대개 3가지를 따로 내놓은 것 같은데 2가지는 대선자금에 관련된 것이고, 한가지는 측근들에 관한 의혹에 관련된 것 같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문제라면 지금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특검을 내놓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고,또 그것이 자칫 검찰 수사 흔들기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죠. 그 다음에 또 한가지 기이한 것은 대선자금이면 전체 대선자금을 대상으로 해야지, 꼭 한쪽 대선자금만 조사하자고 하는지 전혀 납득이 안간다. 그래서 그 부분은검찰수사를 좀 지켜보고 검찰이 단서가 있는 사실에 대해 수사를 익혀가거나, 수사가 미진하거나, 결과가 특별히 왜곡됐다거나 하는 의혹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그때가서 특검을 하든지 말든지 논의하는게 적절치 않을까 생각한다. 어떻든 이런 특검법안 제출을 통해서 검찰수사를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의 대국민 신뢰를 좀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고또 이번 수사를 통해 정치자금의 전모를 구조적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게 하고 그것을토대로 해 정치자금 제도에 근본적 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생각은 검찰이 멈칫거리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수사하되, 한두건의 자금수수 또는 뇌물에 그치지 말고 적어도 국민들이 정치자금의구조적인 윤곽을 전면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이 정치개혁의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수사가 되길 바란다. 그 다음에 제 측근 의혹에 대한 문제인데 2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국회에서 결의해서 보내면 기꺼이 수용하겠다. 다만 국회에서 조금 다듬어 보내주면 좋겠다. 수사의 단서라는 것이 있어야 특검을 하든, 일반검사 하든 하는 것인데 지금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은 터무니없는 풍문을 근거로 하는 것이어서 특검이 돼도 뭘 수사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수사 상식을 가진 사람이 봐서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내용을 담아, 구체적으로 다듬어서 입법해 보내주면 성실히 수사하도록 (특검법을) 받겠다. --정국 상황이 정리돼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산만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그렇죠. 대단히 산만해 보인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 정치권이든 지식인 사회든 일반 국민이든 정치자금 문제 전모를 한번 드러내 놓고 거기에서 부터 출발해깔끔하게 과거는 정리하고 제도는 새롭게 만들어 나가자 그랬던 것 아닌가 싶다. 그것이 우리 국민의 희망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일부 사건만 드러나 수사를 하고 있으니까 국민들은 전모가 밝혀지길 원하고, 수사는 일부만 이뤄지니까 수사가 정치자금 전모에 관해 돼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있게 되죠. 그래서 수사 확대 전망이 있고, 그러면서 정치권도 흔들리고, 기업도 불안해 하고, 또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국민들이 지금까지 바라온 대로 이번에 정치자금 전모를 드러내자, 그렇게 수사를 깔끔하게 하면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자금 전모를 드러내자, 수사의 방향이 그런 방향으로 잡혀만 가도 상당히 예측가능하도록 전망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럴 때 기업인들이 줄줄이 조사받고 경제가 혼란스럽지 않겠느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에 한정해 수사하고, 수사를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하면 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되리라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현 상태에 서 재신임 국민투표 강행의지가 유효한가. ▲유효하다. 다만 발표 이후에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들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시기 문제는 실제로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싶다. 오늘은 `유효하 다' 여기까지만 하자.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 있다. 기성 정치인을 퇴출하고 새로운 정당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치적 조치가 아니 냐는 해석이 있다. ▲수사가 내 뜻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뜻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 다.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하필이면 나도 상처가 많이 나고 아픈 사건부터 먼저 터지는 걸 보고 `이게 시운인가보다, 이 시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 사건을 받아 들인다. 나도 많이 아프다. --대통령 말한 정치자금 중에 총선자금, 당내 경선자금도 포함되나. ▲내가 `대선자금에 한정하라, 총선자금에 한정하라' 그렇게 정할 수 있겠느냐.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저도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의미있는 범위까지 다 하는게 좋 다. 대선자금이라면 적어도 후보가 결정되고 부터 아니겠느냐. 후보가 결정된 이후 의 정당자금과 선거자금 전체를 밝히면 대선과 관련한 정치자금의 전모는 구조적으 로 다 드러나게 돼있다. 그 과정에서 단서가 새롭게 드러날지 어떨지 단언할 수 없다. `총선자금까지 다 뒤지자' 이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대선자금까지 불거졌으니까 대선자금 의 전모를 밝히는게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본다. --검찰 수사나 특검에 앞서 대통령이 민주당 자금을 공개할 생각은. ▲지난번에 쌍방이 다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그렇게 하자고 7월에 제안했었다. 진실로 그렇게 하고, 그 다음에 검증과정을 거침으로써 전모를 밝히자는 거였는데 그때 모두 웃고 넘어가고 말았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는데 공개하는 것이 우습지 않겠느냐. 또 경우에 따라서 우리쪽만 먼저 밝히면 검찰에 대해 무슨 메시지 를 보내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겠나. 그래서 지금은 `공개다, 고해성사'다 할게 아니 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인들이 저질러 놓은 과오에 대해 국민들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길은 우선 공개니 고해니 이런 것이 아니라, 검찰수사에 진지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그렇 게 하면 사건이 다 밝혀지고, 국민들이 적절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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