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하는 엄마 .. 전미숙 <베베하우스 대표이사>

전미숙 육아전문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니 게시판에 올라오는 엄마들의 글을 눈여겨 보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이다. 며칠 전엔 연년생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둘째의 임신 사실을 회사에 말하고 꿋꿋하게 낳아야 할지 고민하는 글을 보았다. 24살에 입사해서 같은해에 결혼하고 다음해에 출산,3개월간의 휴가를 받았는데 그해에 또 임신을 해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하고,스스로도 갓난 아기를 두명이나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고민이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지닌 다른 회원이 댓글을 달아서 조언해준 내용은 더욱 딱했다. 이 회원도 입사하자마자 결혼해서 연년생을 낳았는데,둘째를 임신했을 때엔 배가 불러올 때까지 회사에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신 초기는 입덧이 심하고 유산의 위험도 큰데,회사 동료들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힘든 회식자리까지 참석했다니 그 고충이 얼마나 컸을까….그러나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도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 업무를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연년생 아기를 낳고,그 아기들에게 체력과 시간을 다 빼앗기는 엄마가 되어 버렸으니 난감했을 것 같다. 나도 베베하우스를 오픈한 99년12월에 임신해서 다음해 9월에 첫애를 낳았다. 마흔에 첫 아이를 낳았으니 개인적으로야 기쁘기 그지 없었지만,창업 초기인 데다 출산 직전에 쇼핑몰을 오픈했던 터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입원하기 전날에도 할일이 너무 많아 새벽 3시까지 하고도 모자라 노트북을 들고 병원에 갔던 일이 있다. 그리고 출산 2주만에 출근한 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둘째 낳는 것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부부가 두 자녀는 출산해야 하는데,그 수가 1.17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나서서 출산하는 여직원에게 불편함이나 불이익을 안주고 회사 업무에도 차질을 주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능력있는 여성이 육아가 걱정돼 일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아예 낳지 않으려 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핫이슈